올 CES 화두는 인공지능…더 반가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해 CES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AI를 제품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1400개가 넘는 업체가 자기 제품에 AI 기능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알렉사를 적용했다는 업체가 가장 많았고, 구글 홈, IBM 왓슨 등의 이름도 많이 들렸다. 이들은 자신의 AI 기술을 약간의 라이선스 수수료만 받고 업체에 나눠준다.

아마존이나 구글은 왜 엄청난 돈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이렇게 값싸게 뿌릴까. 라이선스 수수료는 본질적인 수익모델이 아니다. 핵심은 자신의 클라우드에 가능한 한 많은 업체를 붙이기 위해서다. 업체들이 제품에 넣은 AI를 통해 받는 정보가 많을수록 클라우드 사용량은 늘어난다. 아마존 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클라우드 사용료를 챙길 수 있고, 빅데이터도 모을 수 있다.

당연히 아마존 등은 신이 났다. 하지만 그 뒤에 남몰래 웃는 업체들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클라우드는 다름 아닌 데이터 저장소인데, 이 데이터 저장소를 모두 메모리반도체로 만들기 때문이다. AI가 퍼지면 퍼질수록 업체들은 클라우드 투자를 많이 할 테고 메모리반도체는 더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

CES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반도체로만 5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린 것조차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분위기였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전대미문’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압도적으로 세계를 제패한 적이 있었느냐”며 “지금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그렇게 돈을 잘 버니 법인세나 더 내라”는 정치인이 있을까 두렵다. 메모리반도체는 더 아끼고 키워야 한다.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어떤 산업으로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장을 중국과 미국이 노리고 있다. 자동차용 2차전지 사례에서도 봤듯 중국은 비상식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경쟁국의 사업을 압살한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맞아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AI와 사물인터넷(IoT)을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될수록 메모리 시장은 더 커진다. 메모리반도체 시대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라스베이거스=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