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주고 카드 정보 사서 5초면 위조 '뚝딱'
“복제카드나 해외자료 삽니다. 위챗(모바일 메신저)으로 연락 요망.”

한 인터넷포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복제카드’는 위조 신용카드를, ‘해외자료’는 외국인 신용카드 정보를 뜻하는 말이다. 신용카드 사용자 정보는 카드 명의자의 이름과 카드번호, 유효기간, 비밀번호, CVC(카드 보안 코드) 등을 망라한다. 대개 건당 2만원씩 25건 묶음 단위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신용카드 정보는 이같이 은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 신용카드 위조 범죄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15일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위조 신용카드 사용 신고 건수는 1만5000건 안팎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에만 7117건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근절 노력에도 2014년 1만7693건, 2015년 1만5056건 등 매년 신용카드 위조 범죄는 1만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신용카드 정보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신용카드를 위조할 수 있다. 개당 980원짜리 공(空) 카드와 카드사 로고 인쇄기, 카드번호나 영문 이름을 새겨넣는 엠보싱기, 카드 복제기만 있으면 된다. 헬스클럽 등에서 사용되는 카드 복제기는 온라인상에서 30만원 수준에 살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로 단속이 쉽지 않은 외국인의 카드 정보로 신용카드를 위조하고 있다”며 “복제기를 이용해 신용카드 정보를 마그네틱선에 입력하면 5초 만에 위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술집 등에서 일하면서 신용카드를 복제하는 사례도 있다. 카드 복제기가 업소 계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드 리더기와 닮아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손님 400여명의 신용카드를 긁는 척하면서 몰래 복제한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붙잡혔다. 이들은 위조한 신용카드로 4800만원어치 금(金)과 담배 등을 구매했다.

정부는 위조 신용카드 사기를 막기 위해 기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를 복제가 어려운 집적회로(IC) 카드 단말기로 교체하고 있다.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법을 개정해 카드 가맹점이 IC 단말기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IC 단말기 전환율은 약 40%에 불과하다. 내년 7월까지 교체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둬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조 카드 범죄의 위험에도 교체 비용과 기존 계약기간을 이유로 ‘나중에 교체하겠다’는 카드사 가맹점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 얼굴이 CCTV에 제대로 찍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검거가 쉽지 않다”며 “복제가 어려운 IC 카드 사용을 확대해 위조 카드 범죄를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IC카드

Integrated Circuit Card. 마그네틱카드의 위·변조 위험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결제수단이다. 카드 앞면에 있는 IC칩(크기 약 1㎠)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등이 내장돼 있다. 신용카드는 물론 신분증, 운전면허증으로도 쓸 수 있어 ‘스마트 카드’로 불린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