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인포랙션의 시대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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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자동차처럼 정보가 직접 행동하는 시대
자동화 위험 커져 안전테스트 강화해야
위해 제품 제조사·소유자도 방치해선 안돼
이경전 < 경희대 경영학 교수 >
자동화 위험 커져 안전테스트 강화해야
위해 제품 제조사·소유자도 방치해선 안돼
이경전 < 경희대 경영학 교수 >
정보, 즉 인포메이션(information)의 시대를 지나 인포랙션(inforaction)의 시대가 오는가. 인포랙션은 필자가 만든 용어로, 우리말로 한다면 정행위(情行爲) 또는 정행동(情行動)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인포랙션이란 정보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직접 행동 또는 행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정보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보시대 또는 정보화시대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도와줄 정보가 풍부해지는 시대를 의미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리하기 쉬운 정보 처리는 자동화됐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상업화와 대중화는 기업과 고객 간 네트워킹을 하면서 오프라인 환경에서 직원과 고객이 해야 할 수고의 일부가 정보 처리와 네트워킹으로 자동화됐다. 이런 자동화의 실현과 가능성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운동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이들 혁신은 상자(box) 내에서의 혁신, 즉 하드웨어 내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혁신이지 하드웨어 자체가 움직이는 혁신은 아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응용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킹의 발전은 자율주행차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인포랙션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정보를 사람에게 공급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그 자체가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다. 심지어 정보가 사람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그 정보를 이용해 사람이 행동하는 세계보다 정보가 사람의 개입 없이 직접 행동하게 하는 세계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2016년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의 경우 인공지능 시스템이 결정을 내린 결과를 ‘인류 최초의 기계노예’라고 농담 삼아 불리던 아자 황 박사가 대신 둬줬다. 그러나 2017년 또는 그 이후에 구글의 딥마인드가 선보일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시스템은 대신 게임을 해줄 사람을 상정하지 않는다. 대신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일 기계손가락이 나올 것이며 스타크래프트 화면을 인식할 카메라와 소리를 인식할 마이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알파스타크래프트’는 손가락, 눈, 귀가 있는 간이 로봇 형태를 띨 것이며 이 로봇이 스타크래프트 화면 앞에 앉아 사람과 대결을 펼칠 것이다. 이는 인포랙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인데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박스에서 빠져나와 물리적 행동을 하는 현상을 세계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보시대가 인포랙션 시대로 변화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먼저 인포랙션 시대에서는 자동화의 위험이 더 커진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PC는 인간에게 물리적 위험을 주지는 않지만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율주행차는 심각한 대량 인명 사고를 순식간에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인포랙션 제품인 자율주행차는 더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또 인포랙션 시대는 사람들이 착각을 일으키기가 더 쉽다. 며칠 전 유럽의회는 정교한 자율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으로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착각에 불과하다. 아무리 자동화돼 움직인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어떤 사람이나 법인이 소유한 상품이나 물건에 불과하다. 그 주인이 그 물건에게 자유를 허용한다는 착각을 할 수 있으나 그것은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 또는 방기하는 것이 된다. 방치 또는 방기됐을 때 사람과 자연, 사회에 위해를 주는 제품을 그 제조사나 소유자는 함부로 방기 또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포랙션 시대는 가치중립적이다. 인포랙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고 통제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과 사회에 달려 있다.
이경전 < 경희대 경영학 교수 >
인포랙션이란 정보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직접 행동 또는 행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정보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보시대 또는 정보화시대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도와줄 정보가 풍부해지는 시대를 의미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리하기 쉬운 정보 처리는 자동화됐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상업화와 대중화는 기업과 고객 간 네트워킹을 하면서 오프라인 환경에서 직원과 고객이 해야 할 수고의 일부가 정보 처리와 네트워킹으로 자동화됐다. 이런 자동화의 실현과 가능성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운동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이들 혁신은 상자(box) 내에서의 혁신, 즉 하드웨어 내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혁신이지 하드웨어 자체가 움직이는 혁신은 아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응용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킹의 발전은 자율주행차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인포랙션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정보를 사람에게 공급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그 자체가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다. 심지어 정보가 사람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그 정보를 이용해 사람이 행동하는 세계보다 정보가 사람의 개입 없이 직접 행동하게 하는 세계가 더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2016년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의 경우 인공지능 시스템이 결정을 내린 결과를 ‘인류 최초의 기계노예’라고 농담 삼아 불리던 아자 황 박사가 대신 둬줬다. 그러나 2017년 또는 그 이후에 구글의 딥마인드가 선보일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시스템은 대신 게임을 해줄 사람을 상정하지 않는다. 대신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일 기계손가락이 나올 것이며 스타크래프트 화면을 인식할 카메라와 소리를 인식할 마이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알파스타크래프트’는 손가락, 눈, 귀가 있는 간이 로봇 형태를 띨 것이며 이 로봇이 스타크래프트 화면 앞에 앉아 사람과 대결을 펼칠 것이다. 이는 인포랙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인데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박스에서 빠져나와 물리적 행동을 하는 현상을 세계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보시대가 인포랙션 시대로 변화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먼저 인포랙션 시대에서는 자동화의 위험이 더 커진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PC는 인간에게 물리적 위험을 주지는 않지만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율주행차는 심각한 대량 인명 사고를 순식간에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인포랙션 제품인 자율주행차는 더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또 인포랙션 시대는 사람들이 착각을 일으키기가 더 쉽다. 며칠 전 유럽의회는 정교한 자율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으로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착각에 불과하다. 아무리 자동화돼 움직인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어떤 사람이나 법인이 소유한 상품이나 물건에 불과하다. 그 주인이 그 물건에게 자유를 허용한다는 착각을 할 수 있으나 그것은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 또는 방기하는 것이 된다. 방치 또는 방기됐을 때 사람과 자연, 사회에 위해를 주는 제품을 그 제조사나 소유자는 함부로 방기 또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포랙션 시대는 가치중립적이다. 인포랙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고 통제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과 사회에 달려 있다.
이경전 < 경희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