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그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박 교수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는 표현의 자유와 가치판단의 문제로 시민과 전문가들이 상호 검증하고 논박할 사안이지 법원이 형사처벌할 게 아니다”고 판결했다. 또 “학문적 표현의 자유는 옳은 것뿐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 판결이 국내에서 근래 보기 드문 이성적 판결이라고 본다.

애초에 학문적 저술을 사법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적절치 못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자발적 위안부’ ‘매춘’ ‘동지적 관계’ 등 일부 표현과 ‘일본군에 의한 강제동원은 없었다’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오히려 위안부가 제국주의, 국가주의에 동원된 피해자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앞뒤 문맥을 거두절미한 채 특정 키워드만 부각시켜 기소한 것이다. 한국 일본 미국의 지식인들이 성명까지 내며 깊이 우려했던 부분이다.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헌법적 가치다. 그런 바탕 없이는 성숙된 민주주의도 기대할 수 없다. 사회 주류나 다수의 시각과 다르다고 금지하고 처벌한다면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역사적 진실은 치열하게 검증하고 입증돼야 할 문제지 다수결로 결정할 순 없다. 이 책을 문제 삼으려면 학문적 반론과 논증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반응은 엇갈린다.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관련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적대와 강한 선입견이 깔린 오독을 보며 절망했다”던 박 교수 측은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판결이 감성으로 치달아 왔던 위안부 문제를 이성적 토론의 장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