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첫 여성 1급공무원 홍정순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 "'법 정보 안내자' 역할 인정받아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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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사서로 국회 입사, 34년 근무
의원들에게 국내법·해외사례 안내
"국회도서관 더 많이 이용했으면"
의원들에게 국내법·해외사례 안내
"국회도서관 더 많이 이용했으면"
“승진한 느낌이요? 사실 같은 자리에서 직급만 바뀐 거라서 별로 실감은 안 나요. 하지만 국회 내 여러 기관 중 국회도서관에서 ‘입법부 1호 여성 1급 공무원’이 나온 건 의미가 크다고 봐요. 국회도서관이 그만큼 중요한 곳임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요.”
1948년 국회 개원 후 최초의 입법부 여성 1급 공무원이 된 홍정순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56·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국회도서관 3층 법률정보실장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 승진 소식에 ‘유리천장을 깼다’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여성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활동 범위도 넓어지는 모습을 보며 ‘선배 여성 공무원’으로서 역할의 막중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은 이화여대 도서관학과(현 문헌정보학과) 졸업 후 1983년 국회도서관 7급 사서(司書)로 입사했다. 그 후 1985년 5월 의회·법령자료실을 제작하는 실무를 맡으며 국내외 법률 관련 자료 관리 업무에 몸담았다. 처음에 직원이 홍 실장 1명이었던 의회·법령자료실은 이제 직원 45명의 법률정보실이 됐다. 홍 실장이 국회도서관에서 일한 지 어느덧 34년이 됐다.
“어릴 때 딱히 책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미국 유학을 다녀온 오빠와 언니의 권유로 도서관학과에 진학해 사서가 됐죠. 국회도서관의 거의 모든 부서를 돌았지만 그래도 법률정보실이 가장 애착이 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법 정보를 찾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에 눈을 떴거든요.”
홍 실장은 국회도서관에 대해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코 없어선 안 될 곳”이라며 “국회의원들과 일반인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정보실 조사관들이 하루 평균 처리하는 업무가 1인당 100~120건입니다. 주로 국회의원들에게 국내법 또는 해외 사례 안내를 맡죠. 1주일에 두 번씩 해외 법률 정보 소식을 내놓고요. 주요 해외 법률 번역 데이터베이스가 이르면 올 하반기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힘이 없어요. 국회에서 예산을 딸 때도 늘 순위에 밀리죠.”
그는 사무실 책장에서《세계의 헌법 1·2》두 권을 꺼냈다. 35개국의 헌법을 한국어로 번역 출판한 것이다. “법률정보실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담당 조사관이 1명씩 있습니다. 우리 조사관들이 사법부 도움으로 이 책을 2010년에 냈고, 2013년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지난해까지 이 책에 나온 35개국 중 11개국이 헌법을 개정했어요. 원칙대로 라면 당연히 또 다른 개정판을 내야죠. 그런데 2500만원이 없어서 못했어요. 이게 현실입니다.”
홍 실장은 “국회도서관에서 여성 1급 공무원 승진자가 나온 것을 계기로 이곳의 역할이 좀 더 부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도서관이 시민들에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회라고 하면 다들 부정적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국회도서관 이용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든 드나들 수 있고, 좋은 자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반평생 일하고 있는 이곳이 사랑받길 원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1948년 국회 개원 후 최초의 입법부 여성 1급 공무원이 된 홍정순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장(56·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국회도서관 3층 법률정보실장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 승진 소식에 ‘유리천장을 깼다’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여성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활동 범위도 넓어지는 모습을 보며 ‘선배 여성 공무원’으로서 역할의 막중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은 이화여대 도서관학과(현 문헌정보학과) 졸업 후 1983년 국회도서관 7급 사서(司書)로 입사했다. 그 후 1985년 5월 의회·법령자료실을 제작하는 실무를 맡으며 국내외 법률 관련 자료 관리 업무에 몸담았다. 처음에 직원이 홍 실장 1명이었던 의회·법령자료실은 이제 직원 45명의 법률정보실이 됐다. 홍 실장이 국회도서관에서 일한 지 어느덧 34년이 됐다.
“어릴 때 딱히 책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미국 유학을 다녀온 오빠와 언니의 권유로 도서관학과에 진학해 사서가 됐죠. 국회도서관의 거의 모든 부서를 돌았지만 그래도 법률정보실이 가장 애착이 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법 정보를 찾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에 눈을 떴거든요.”
홍 실장은 국회도서관에 대해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코 없어선 안 될 곳”이라며 “국회의원들과 일반인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정보실 조사관들이 하루 평균 처리하는 업무가 1인당 100~120건입니다. 주로 국회의원들에게 국내법 또는 해외 사례 안내를 맡죠. 1주일에 두 번씩 해외 법률 정보 소식을 내놓고요. 주요 해외 법률 번역 데이터베이스가 이르면 올 하반기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힘이 없어요. 국회에서 예산을 딸 때도 늘 순위에 밀리죠.”
그는 사무실 책장에서《세계의 헌법 1·2》두 권을 꺼냈다. 35개국의 헌법을 한국어로 번역 출판한 것이다. “법률정보실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담당 조사관이 1명씩 있습니다. 우리 조사관들이 사법부 도움으로 이 책을 2010년에 냈고, 2013년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지난해까지 이 책에 나온 35개국 중 11개국이 헌법을 개정했어요. 원칙대로 라면 당연히 또 다른 개정판을 내야죠. 그런데 2500만원이 없어서 못했어요. 이게 현실입니다.”
홍 실장은 “국회도서관에서 여성 1급 공무원 승진자가 나온 것을 계기로 이곳의 역할이 좀 더 부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도서관이 시민들에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회라고 하면 다들 부정적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국회도서관 이용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든 드나들 수 있고, 좋은 자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반평생 일하고 있는 이곳이 사랑받길 원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