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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측정장비를 국산화해 수출까지 하는데 정작 국내 공공기관들은 갖가지 조항을 내세워 역차별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신제품·신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의 의욕을 꺾는 일입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바이오메디컬 측정분석시스템업체인 마이크로디지탈의 김경남 사장(49)의 하소연이다. 그는 지난해 황당한 일을 여러차례 겪었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의료용 측정장비를 국산화해 각종 해외 인증을 받았다.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 병원과 연구기관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데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사전검토’ 조항을 들어 국산 신제품 구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춰 20여개국에 판매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설 자리’가 별로 없다“며 “공공기관이 사실상 외국산 구매를 촉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제품의 외국산 가격은 우리 제품보다 2~3배 비싼데도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장은 “일반 병원은 여러 가지 검토끝에 우리 제품을 사서 쓰는데 유독 국가와 공공기관은 국민의 혈세를 쓰면서 담당자는 납품과 관련된 여러가지 규정에 매여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서울대 공대를 중퇴하고 미국 버클리대와 노스웨스턴대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했다.박사 학위를 딴 뒤 세계적인 반도체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트리얼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2년 창업했다. 국내 대학들로부터 교수직을 제안받았지만 고사하고 창업에 나선 것은 ‘나만의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국산화하는 장비는 주로 미국 독일 등 굴지의 기업들이 독점하는 의료용 제품들이다.

김 사장이 운영하는 마이크로디지탈의 임직원은 모두 30명, 이중 연구개발 인력이 20명에 이를 정도로 연구개발중심기업이다. 그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국산을 우대하지는 못할 망정 역차별하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