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등 64개 질환 동시에 진단…피씨엘, 세계 첫 유럽 최고 등급
면역진단 전문기업 피씨엘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현지 바이오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대 바이오 분야 기업설명회(IR) 행사에서 계약까지 이끌어낸 국내 회사는 피씨엘이 유일하다. 직원수 33명의 비상장 바이오 벤처기업이지만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사진)는 “최대 64개 질환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다양한 질병을 한 번에 진단하는 다중진단 의료기기로는 유럽에서 세계 최초로 최고 등급 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씨엘이 전문으로 하는 면역진단은 단백질로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체내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 몸은 항원 항체 반응이 일어나 스스로 방어한다.

암 등 64개 질환 동시에 진단…피씨엘, 세계 첫 유럽 최고 등급
이 변화를 바이오마커라고 부르는 단백질이 감지하는데 면역진단 키트에 이 단백질을 고정시키는 게 쉽지 않다. 단백질은 예민해서 온도가 조금만 오르거나 표면에 놔둬도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피씨엘은 특수 물질을 개발해 단백질을 고정하고 안정성을 높인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정확도가 높고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경쟁사 제품이 10개 질환을 동시에 진단하는 수준이지만 피씨엘 기술로는 64개 질환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 피씨엘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암 다중진단 기기, 고위험군 바이러스 다중진단 기기 등 다양한 진단 제품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프랑스 독일 브라질 중국 등 현지 의료기기 회사와 검사센터에 기술 수출 및 납품계약을 맺은 상황”이라며 “유럽 인증만 있으면 별도 허가가 필요 없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국으로 판로를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8년 피씨엘을 세웠다. LG화학(옛 LG생명과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회사의 원천기술인 단백질 고정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03년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긴 그는 연구 끝에 이 아이디어로 논문을 썼다. 논문은 진단 분야 국제학술지 클리니컬케미스트리에 실렸다. 김 대표는 “독일에서 대량생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자를 찾았다”며 “사업을 통해 ‘진짜 과학’을 할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도 창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피씨엘은 지난해 매출 22억원, 영업손실 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연구개발(R&D)과 기술 상용화에 투자를 집중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많은 281억원으로 잡고 있다”며 “2020년까지 글로벌 10대 진단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