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아파트를 목표로 추진해온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 결정을 받은 것이다. 1978년 준공된 이 단지는 15층짜리 3930가구 규모의 단지로 이번에 잠실역사거리 쪽 지역을 ‘준주거’로 종상향해 50층 높이 4개동을 배치하는 정비계획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도계위는 준주거지 설정이 부적절하다며 현재 ‘일반주거지역’이니만큼 50층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2014년 확정한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은 일반주거지역에서 최고 35층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같은 회의에서 최고 높이 34층으로 계획한 신반포14차 아파트 재건축안은 심의를 통과해 35층까지만 허용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재확인됐다.

물론 서울시와 도계위가 초고층 재건축을 쉽게 승인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앞두고 많은 단지가 연내 관리처분 인가계획을 받으려고 서두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이미 재건축을 마친 주위 단지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특정 아파트의 용적률을 높여주면 그만큼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왜 하필 35층인지는 이 기회에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 특별히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2014년 당시 시민의견 수렴 과정에서 아파트가 너무 높으면 남산 관악산 현충원 등의 경관을 가린다는 점이 지적됐다고 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35층으로 제한하고 건물 간격을 다닥다닥 붙이는 것보다 50층 정도로 높이면서 간격을 넓히는 방식이 훨씬 더 시야 확보에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 여기도 박원순 시장의 도시관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해 광화문 종로 등 옛 한양도성을 역사도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담은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사대문 안 신축빌딩 높이를 90m(20층)로 제한했다. 90m는 내4산(인왕산 북악산 남산 낙산) 가운데 가장 낮은 낙산 고도에 맞춘 것이라고 하니 결국 또 시민 조망권이 기준이 된 것이다. 그러나 유적보호와 도심여유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초고층 건물로 집적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계적 추세는 ‘신도심화(new urbanism)’다. 슬럼화된 도심을 전략적으로 재건하는 방향이다. 세계적인 도시전문가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의 승리에서 “교외화를 촉진하는 정책보다는 도시의 밀도를 높이고 고층화를 촉진하는 정책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렇게나 정해 놓은 35층 규제, 지금도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