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이틀간 치른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선거 투표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대거 뽑혔다. 사상 최대 규모다. 대한변협은 411명을 뽑는 대한변협 대의원 선거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192명으로 과반수에 가깝게 당선됐다고 7일 밝혔다. 지난 임기 대의원 중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119명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번에 뽑힌 대의원은 407명이다. 미달된 4명은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이 13일까지 지명할 예정이다.

대의원은 변협 회칙상 최고 의결기관인 ‘총회’의 구성원이다. 임기는 2년이다. 대한변협은 2만여명의 변호사가 그들을 대표하는 400여명의 대의원을 뽑는 간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총회를 운영한다. 대의원 선거는 변호사업계의 ‘총선’이나 마찬가지다. 협회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변협 총회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대의원들도 직선제가 되면서 중요도가 높아졌다. 대의원은 변협 회칙 제·개정과 예·결산 승인부터 감사 선출 같은 임원 선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한변협 대의원은 과거 별도의 선출 절차 없이 전국 지방회의 추천과 협회장 지명으로 선정됐다. 2011년 대한변협회장 직선제 도입과 함께 대의원의 민주적 선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각 지방회 회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로 변경됐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김정욱 회장은 “그동안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며 “과반엔 미치지 못하지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한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대한변협 협회장 입후보 조건으로 제한한 회칙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관계자는 “권리의식이 강한 로스쿨 출신이 많아 우려된다”며 “중견변호사들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도록 대의원 선출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