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명 중 1명이 1등급…'신용 인플레' 우려
신용등급 1~3등급인 고신용자가 지난해 약 104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6등급의 중신용자는 약 14만명, 7~10등급 저신용자는 약 34만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차입자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 졌지만, 개인 신용등급의 변별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 1~3등급은 2015년 말 2039만313명에서 지난해 말 2143만2590명으로 1년 사이 104만2277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 1등급이 같은 기간 937만6571명에서 1027만2877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신용 1등급이 100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으로, 전체 신용등급 분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에 달했다. 네 명 중 한 명 꼴로 신용등급이 1등급이란 의미다.

이에 반해 신용 4~6등급은 1897만3265명에서 1882만7552명으로 14만5713명 줄었다. 신용 7~10등급도 473만3857명에서 438만6928명으로 34만6929명 감소했다. 7~10등급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저신용자로 분류된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저신용자가 대거 중·고신용자로 편입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개인 신용등급의 이같은 상향 조정은 금융당국이 잇따라 신용등급 올리기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금융계는 밝히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소진율(80%)은 신용평가 때 반영하지 않고 소득, 직업 등 저신용자에게 불리한 정보에 대한 평가 배점도 줄이도록 했다. 또 30만원 미만을 3개월 이상 연체했다가 신용등급이 떨어졌더라도 이후 1년만 연체 없이 금융거래를 하면 연체 이전의 신용등급을 회복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부터는 통신요금, 공공요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면 신용등급이 오르도록 평가방식을 개선했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을 잘 갚으면 신용평가 때 가점을 주고, 2금융권 대출로 분류했던 한국증권금융의 주식담보대출은 은행 대출로 평가해 신용등급이 오르도록 했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대출 때 한도, 금리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개인에게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된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가 6등급 이상으로 등급이 올랐을 경우 은행 대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백만명의 신용등급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가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신용등급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신용등급 변별력이 약화돼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 등을 더 깐깐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정보를 평가에 반영해 신용등급을 올리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불리한 정보도 제대로 평가하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