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양국 간 안보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였다. 정상회담 후 발표한 미·일 공동성명에서도 양국이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 개최도 명기돼 있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의 외교 최전선에 일본이 있다는 걸 보여준 회담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자리 70만개와 10년간 4500억달러짜리 ‘조공 외교’가 나름대로 결실을 거뒀다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보에 공짜란 없다”며 미·일 동맹의 수정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일본 자동차업계를 공개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서 강력한 미·일 동맹의 구축을 재확인했을 뿐 양국 간 마찰이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미·일 FTA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탈퇴한 TPP는 경제동맹이면서 강력한 군사·안보동맹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TPP를 탈퇴한 것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강력한 안보·군사동맹을 재천명했다. 트럼프의 동맹에 대한 정의(定義)가 궁금할 정도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수일 전 통화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요지의 의사를 내비쳤다. 일부에선 미·일 협력강화에 따른 중국의 반발을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무언가 어색하다.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영국 가디언이나 블룸버그 등은 이미 트럼프를 ‘종이호랑이(A paper tiger)’로 묘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적 수사’와 속내 정책 방향이 혼동스럽게 비쳐지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어떤 얘기가 불쑥 튀어나올지 불안하다. 분명한 건 적극적인 대미 밀착외교를 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