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관 네트워크로 생산적 복지…사회적경제가 지역경제의 미래다
대구 동구 안심1동에는 대단지 아파트숲 사이에 4000여평의 텃밭이 있다. 초등학교 예정 부지였지만 학생이 적어 초등학교를 짓지 못하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협의해 마을 텃밭으로 개발한 곳이다. 2014년 4월에 개장한 LH율하나눔텃밭은 300여개 가족텃밭과 30여개 단체텃밭이 있다. 비닐, 화학비료, 제초제 사용이 금지된 친환경 텃밭에서는 마을 주민 1000여명이 텃밭을 주제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공공텃밭 300여평에서 봄에는 밀, 가을에는 메밀을 심어 어른에게는 추억을, 아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준다. 봄에는 밀사리와 가을엔 메밀묵 축제, 겨울엔 김장나눔축제로 마을축제의 장이 된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안심 사회적경제 빌리지’의 많은 이야기 중 하나다.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곳처럼 호혜와 협력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희망을 만드는 사례가 대구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문제를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제활동이다. 고용노동부 주도로 사회적기업 정책이 시작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용 없는 성장의 대안으로 일자리 창출 외에도 빈곤문제 해결,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회적배제 계층의 통합, 생태환경 보호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일자리를 유지하며 재정자립도 100%를 넘어선 이탈리아의 트렌토 같은 사회경제시스템이 모델이다. 대구도 그동안 사회적경제기업의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13일 현재 650여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생활경제’ ‘먹거리’ ‘돌봄’ ‘교육’ ‘문화예술’ ‘지역개발’ 등 공공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은 정부와 시장이 만족시키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필요에 대응하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지역을 사랑하는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와 지방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

대구에서도 민과 관의 공동정책 생산을 위해 사회적경제 민관정책협의회가 발족해 57명이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민관정책협의회는 지역의 이해당사자와 공무원,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의제 설정 및 사업 제안과 평가, 미래전략을 모색하는 협의체다. 생태계 조성과 사업 발굴부터 창업, 지속가능한 기업역량 강화, 판로 개척에 이르기까지 목표와 과제를 명확히 설정해 지역 사회적경제의 발전적 밑그림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지역 내부에서 발전 패러다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아래로부터’ 행정적 차원의 개혁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경제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할 내발적 발전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을 통해 사업 초기 내외부에서 유입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지원 기회를 효율적으로 쓴다면 시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적 경험의 축적과 사회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고령화, 저출산, 실업, 양극화 등 무수히 많다. 양극화로 인한, 초경쟁사회로 인해 돈 없고 몸 아프고 잉여인간이 돼 버린 사람들을 상호부조와 협동을 통해 치유하고 동행하게 해야 한다. 사회적경제의 ‘생산적 복지’와 ‘사회적 돌봄’을 통해 따뜻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런 과제를 지혜롭게 풀기 위해서는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찾는 사고의 혁신과 공동체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상호부조와 협동을 통해 지역단위의 자립과 순환구조를 만들어 가는 일에는 많은 착한 사람의 인내와 삽질이 필요하다. 이 일은 결코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자본을 확보해내는 과정으로 일관된 정책적 노력과 효율적인 지역사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일관성 있게 인내를 갖고 다양한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시 사회적경제정책은 시민행복교육국에서 담당하지만 사회적경제 분야가 다양해 실·국간의 보다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기업 간 협력도 잘 이뤄져야 한다. 공생의 가치를 공유하고 업종 간 기술개발과 판로, 유통망 공유에도 힘써야 한다. 이미 민민네트워크, 민관네트워크가 정착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 주체로서 시민의 자율성이 존중되고 ‘민’과 ‘관’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협치가 시스템화된 만큼 사회적경제 조직이 연대와 공유, 협업을 통해 규모화로 지역경제의 공공지대를 안정적으로 확충하고 상생의 경제공동체로 지역을 변화시킬 차례다.

김재경 <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