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세 개 경제단체가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까지 ‘재벌개혁’ 등을 명분으로 내건 상법 개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상장협 등은 16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 성명서’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는 상법 개정안은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을 힘들게 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 경제단체는 “상법 개정안이 규제 대상으로 삼은 상장회사 가운데 대기업은 14%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86%의 중소·중견기업은 재벌개혁과는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장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상장 기피 요인으로 작용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장협 등은 이날 성명을 발표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과 법사위 전문위원실 등을 방문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소수주주들이 특정 후보에 몰표를 던지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다.

상장협 등은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 의무 선임에 대해서는 “주주자본주의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것은 평등원칙의 위반으로 다른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제에서 사외이사 독립성이 다른 주요 국가보다 강하게 보장돼 있다는 점도 반대 근거로 들었다.

다중대표소송에 대해서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 등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제도다.

상장협 등은 “다중대표소송은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제도”라며 “미국 일본과 같이 100% 자회사에 대해서만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하나 주주총회 결의 요건 완화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하더라도 주주들이 무관심하다면 주주총회 결의 불성립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상장협 등은 자기주식의 취득·처분 제한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사 제한한다고 해도 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