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1000원, 소주 1900원…불황에 뜨는 편의점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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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시절 유행하던 '편의방' 재등장
라면·과자·냉동식품 판매
캔디바주 등 이색 레시피도
지갑 얇은 젊은층 몰려
라면·과자·냉동식품 판매
캔디바주 등 이색 레시피도
지갑 얇은 젊은층 몰려
“100원짜리 안주도 있습니다.”
서울 연신내 먹자골목에 있는 ‘핫셰프’ 편의점포차. 매장 앞에는 ‘소주 1900원, 맥주 1900원, 안주 100원부터’란 입간판이 서 있다. 편의점포차 안에는 젊은이들이 북적거렸다. 테이블에는 술과 과자 및 냉동식품 등 편의점에서 파는 저가 안주가 놓여 있었다. 작년 12월 문을 연 연신내 편의점포차는 두 달 만에 이 지역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한 곳이 됐다.
가성비를 앞세운 편의점포차가 확산되고 있다. 지갑이 얇은 젊은이들이 주고객층이다.
◆외환위기 때 나온 ‘편의방’의 귀환
포차 안에 있는 젊은이들의 손에는 빨간색 바구니(사진)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이들은 술과 안주를 골라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 후 테이블로 돌아와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인 술자리를 시작했다. 한 테이블을 보니 오징어땅콩, 소주, 불닭볶음면, 스크류바, 쫀드기 등이 펼쳐져 있었다. 모두 합쳐 2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안주 가격이 1000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편의점포차에 처음 와 봤다는 구예림 씨(26)는 “다른 음식점과 달리 싸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가격과 함께 ‘재미’는 편의점포차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안인배 편의점포차 사장은 tvN ‘편의점을 털어라’에 나온 편의점 레시피 책을 각 테이블 위에 배치했다. 레시피 책에는 소주와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혼합해 만든 ‘캔디바주’ 등 소주 칵테일 제조법도 있다. 한 테이블에서는 젊은이들이 레시피대로 불닭볶음밥(불닭볶음면+치즈+삼각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고 있었다. 안 사장은 “손님 10명 중 9명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 즐긴다”며 “이런 모습을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작은 만족을 얻으려는 것이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특징”이라며 “젊은이들이 편의점 식품으로 적당한 품질의 음식을 먹으면서 포차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성비와 재미 동시에
편의점포차는 외환위기 직후 유행했던 저가형 술집(편의방)을 연상케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퍼졌던 ‘편의방’의 재등장이란 것이다. 편의방은 편의점에서 파는 육포와 오징어 등 마른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술집이었다. 외환위기 이후에 어쭈구리, 해리피아 등 안주 3개를 9900원에 파는 저가 술집이 급속히 늘었다. 해리피아는 한때 가맹점 수가 125개를 넘기도 했다.
20년이 지나 다시 나타난 편의점포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안주 1개를 3900원에 파는 39포차, 2900원에 판매하는 29포차에 이어 1900원에 파는 19포차까지 등장했다. 39포차 가맹점은 최근 전국에 100개가 넘는다. 8년 동안 호프집을 하던 안 사장은 “안주 가격이 경쟁적으로 내려가면서 편의점포차가 등장한 것 같다”며 “불황이라 싼 가격의 술집을 차리면 ‘대박’일 것이란 생각에서 편의점포차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포차를 운영하는 장점은 인력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안 사장은 “같은 자리에 있던 호프집은 매달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금은 이익이 짭짤하다”고 했다. 편의점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을 거의 쓰지 않는 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편의점포차는 서울에서 시작돼 충청권과 대구 등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신내 편의점포차 ‘핫셰프’를 하겠다는 예비가맹점주도 10명이 대기하고 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 교수는 “편의점포차 같은 불황형 산업은 당분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서울 연신내 먹자골목에 있는 ‘핫셰프’ 편의점포차. 매장 앞에는 ‘소주 1900원, 맥주 1900원, 안주 100원부터’란 입간판이 서 있다. 편의점포차 안에는 젊은이들이 북적거렸다. 테이블에는 술과 과자 및 냉동식품 등 편의점에서 파는 저가 안주가 놓여 있었다. 작년 12월 문을 연 연신내 편의점포차는 두 달 만에 이 지역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한 곳이 됐다.
가성비를 앞세운 편의점포차가 확산되고 있다. 지갑이 얇은 젊은이들이 주고객층이다.
◆외환위기 때 나온 ‘편의방’의 귀환
포차 안에 있는 젊은이들의 손에는 빨간색 바구니(사진)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이들은 술과 안주를 골라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 후 테이블로 돌아와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인 술자리를 시작했다. 한 테이블을 보니 오징어땅콩, 소주, 불닭볶음면, 스크류바, 쫀드기 등이 펼쳐져 있었다. 모두 합쳐 2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안주 가격이 1000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편의점포차에 처음 와 봤다는 구예림 씨(26)는 “다른 음식점과 달리 싸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가격과 함께 ‘재미’는 편의점포차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안인배 편의점포차 사장은 tvN ‘편의점을 털어라’에 나온 편의점 레시피 책을 각 테이블 위에 배치했다. 레시피 책에는 소주와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혼합해 만든 ‘캔디바주’ 등 소주 칵테일 제조법도 있다. 한 테이블에서는 젊은이들이 레시피대로 불닭볶음밥(불닭볶음면+치즈+삼각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고 있었다. 안 사장은 “손님 10명 중 9명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 즐긴다”며 “이런 모습을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작은 만족을 얻으려는 것이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 특징”이라며 “젊은이들이 편의점 식품으로 적당한 품질의 음식을 먹으면서 포차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성비와 재미 동시에
편의점포차는 외환위기 직후 유행했던 저가형 술집(편의방)을 연상케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퍼졌던 ‘편의방’의 재등장이란 것이다. 편의방은 편의점에서 파는 육포와 오징어 등 마른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술집이었다. 외환위기 이후에 어쭈구리, 해리피아 등 안주 3개를 9900원에 파는 저가 술집이 급속히 늘었다. 해리피아는 한때 가맹점 수가 125개를 넘기도 했다.
20년이 지나 다시 나타난 편의점포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안주 1개를 3900원에 파는 39포차, 2900원에 판매하는 29포차에 이어 1900원에 파는 19포차까지 등장했다. 39포차 가맹점은 최근 전국에 100개가 넘는다. 8년 동안 호프집을 하던 안 사장은 “안주 가격이 경쟁적으로 내려가면서 편의점포차가 등장한 것 같다”며 “불황이라 싼 가격의 술집을 차리면 ‘대박’일 것이란 생각에서 편의점포차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포차를 운영하는 장점은 인력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안 사장은 “같은 자리에 있던 호프집은 매달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금은 이익이 짭짤하다”고 했다. 편의점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을 거의 쓰지 않는 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편의점포차는 서울에서 시작돼 충청권과 대구 등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신내 편의점포차 ‘핫셰프’를 하겠다는 예비가맹점주도 10명이 대기하고 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 교수는 “편의점포차 같은 불황형 산업은 당분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