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창출' 대신 '사회적 가치' 전면에 내건 최태원
SK그룹이 이윤 창출 대신 사회적 가치를 경영 전면에 내세운다.

28일 SK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주) 등 계열사들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정관에 있던 ‘기업은 충분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는 표현을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기로 했다. ‘돈 버는 것만이 기업의 목적은 아니다’는 최태원 SK 회장(사진)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조치다.

'이윤 창출' 대신 '사회적 가치' 전면에 내건 최태원
기존 정관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경제 발전에 기여와 사회공헌’ ‘지속적인 이윤 창출’ 등으로 규정했다. 이를 ‘경제 발전에 기여, 사회적 가치 창출’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업의 고전적 존재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이윤 창출을 빼고 사회적 가치를 부각시킨 게 특징이다. SK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제적 가치가 더 중요하고 사회적 가치는 부가적이었지만 이제 경제적 가치만으로는 기업의 생존이 어렵다는 게 최 회장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10월 그룹의 경영철학을 ‘이해관계자의 가치 증대’에서 ‘이해관계자의 행복 증진’으로 바꿨다. SK 계열사들의 이번 정관 변경도 그 연장선이다. 또 다른 SK 관계자는 “이윤 창출이란 문구가 ‘너무 돈만 밝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기업은 이윤 창출 외에도 다른 많은 일을 하는데 너무 그쪽(이윤 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어 정관을 바꾸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가 말하는 사회적 가치는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최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기업 성장이 고용과 투자로 이어져 경제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최 회장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경영 철학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2014년 수감생활 중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지만 ‘주주가치 창출’ ‘기업가치(회사가치)를 높여야 한다’ 같은 표현은 정관에 그대로 유지된다. SK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당연히 지속적인 이윤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윤 창출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SK는 주주가치와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연계하기 위해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SK 주요 계열사들이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2008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