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 증가율 20.2%는 정부 예상을 웃도는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 정도면 수출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품목 대부분이 증가세가 확연해졌다는 점에서 앞날의 수출 전망도 밝게 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이어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 이는 국내 투자 회복→생산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 등으로 이어져 부진한 내수 경기를 일으키는 ‘선순환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훈풍 부는 글로벌 경기] 한국  반도체·석유제품·철강 '서프라이즈'…휴대폰·선박 부진 메워
◆석유제품 72% 증가

1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13대 주력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석유제품(72.3%) 반도체(54.2%) 등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석유제품은 원유를 휘발유 경유 등유 등으로 정제한 것을 말한다. 지난달 수출액은 29억6000만달러였다. 국제 유가가 오르며 석유제품의 가격도 상승해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경유의 황함량 기준을 강화하며 질 좋은 국내산 석유제품의 대(對)중국 수출이 51.2% 늘었다.

반도체 수출은 64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고사양의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지닌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라고 했다.

메모리반도체(D램) 현물가격은 지난해 12월 2.72달러(4GB 기준)에서 올해 1월 2.99달러로 올랐고 지난달에는 3.09달러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은 수출단가 상승과 새로 증설된 설비 가동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38억1000만달러(42.6%)를 수출했다. 자동차 수출은 중남미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 수출이 늘면서 1월 4.8% 감소에서 지난달 9.6% 증가로 전환했다.

다만 선박(-29.5%) 무선통신기기(-21.0%) 가전(-14.5%) 등은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무선통신기기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갤럭시S8의 출시 시기가 늦춰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 등 유망 품목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화장품은 주력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며 83.1%나 증가했다. SSD는 9개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베트남 중국 등에서 선전

지역별로는 베트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선전했다. 특히 1월까지 줄곧 감소세를 이어갔던 중남미 시장 수출이 2월에 19.5% 증가세로 돌아섰다. 완성차와 자동차부품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수출액은 24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 역시 작년 12월부터 2개월 연속 마이너스였지만 지난달 1.7%로 플러스 전환했다. 석유제품(77.9%)과 자동차(20.6%) 수출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베트남 수출은 31억8000만달러로 37.3% 늘었다. 평판디스플레이(139%) 반도체(25.3%)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에는 111억2000만달러를 수출해 28.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0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율이며, 2014년 4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대중 수출이 4개월 연속 늘었다. 중국산 스마트폰 재료 등으로 쓰이는 반도체(61.9%) 평판디스플레이(15.7%) 수출이 늘었고, 무선통신기기(44.9%)와 석유화학(63.2%) 수출도 증가했다. 컴퓨터(-27.2%) 가전(-4.2%) 등은 감소했다.

◆상반기에 수출 집중 지원

지난달 수출 증가에는 작년 같은달 수출이 13.4%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 올해 설연휴가 1월이어서 조업일수도 전년 동기 대비 이틀 더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저효과와 조업일수를 감안해도 수출 증가세는 확연해졌다”며 “수출 호조가 최소 다음달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승과 환율변동성 등 대외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