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랑은 죽을 지경인데… 해외갤러리 서울 입성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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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탱·스페이스칸 이어 5일 미국 페이스갤러리도 개관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유명 화랑과 미술품 경매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유명 화랑인 페로탱갤러리와 미국 중국 등 다국적갤러리 ‘스페이스칸(Space KAAN)’이 서울에 지점을 낸 데 이어 5일 미국 뉴욕 메이저 화랑 페이스갤러리가 서울에 문을 열었다. 영국 미술품 경매회사 필립스도 올 상반기 서울지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외국 화랑과 경매회사의 한국 진출은 앞으로 5년 안에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최소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해외 인기작가 작품을 들여와 기존 컬렉터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미술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페이스갤러리 개관
그동안 서울에 한국사무소 형태로 운영해오던 페이스갤러리는 서울 이태원동에 한국 지점 격인 ‘페이스 서울’을 개관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아시아에서는 2008년 중국 베이징과 2014년 홍콩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과 유럽 인기작가 작품을 기획 전시하고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페이스갤러리는 1960년 미국의 미술품 딜러이자 영화 프로듀서인 아널드 글림처가 보스턴에 처음 설립했다. 3년 뒤 뉴욕 맨해튼으로 자리를 옮겨 현대 미술과 동시대 미술의 대표 작가들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면서 뉴욕 미술계를 이끄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영국 런던에도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를 비롯해 윌렘 드 쿠닝, 장샤오강, 제임스 터렐, 이우환 등을 전속작가로 두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백아트를 비롯해 파리의 보두앙 르봉, 베이징의 갤러리 수와 협업한 스페이스칸은 작년 5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열고 국내외 미술품 판매 마케팅에 들어갔다. 앞서 4월에는 프랑스 파리에 본점을 둔 세계적 화랑 페로탱갤러리가 서울 경복궁 옆 팔판동 크리스티한국 사무소가 입점한 건물 1층에 자리를 잡았다. 해외에서 ‘몸값’이 높아진 단색화 작가를 잡고, 미국 유럽 미술품을 사들이는 국내 컬렉터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게 미술계 설명이다.
해외 화랑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다. 프랑스계 오페라갤러리, 독일 마이클슐츠갤러리와 디갤러리 등이 서울에 지점을 열었지만 국내 화랑의 벽을 넘지 못해 고객 확장에 실패했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까지 겹쳐 대부분 철수하고, 오페라갤러리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40~50대 ‘큰손’ 컬렉터 잡기 ‘올인’
해외 화랑들이 한국 마케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국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연간 1000억~1500억원대로 추정되는 한국 미술품 수입시장의 매력 때문으로 미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국내 인기작가 작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창구로 활용할 전망이다. 최근 미술 애호가로 급부상한 40~50대 젊은 기업 오너들이 미국, 유럽 등 해외 미술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외국 화랑이 한국에 진출한 이유로 꼽힌다. 예전의 기업인들이 국내 인기 화가와 도자기, 고서화를 중심으로 컬렉션했다면 젊은 기업인은 미국, 중동 등 해외 부호의 아트 투자 기법을 벤치마킹하면서 외국 미술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외국 자본의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 유명 화랑들이 해외 미술품을 무더기로 들여오면 가뜩이나 힘든 국내 300여개 화랑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이들 외국 화랑과 경매회사의 한국 진출은 앞으로 5년 안에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최소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해외 인기작가 작품을 들여와 기존 컬렉터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미술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페이스갤러리 개관
그동안 서울에 한국사무소 형태로 운영해오던 페이스갤러리는 서울 이태원동에 한국 지점 격인 ‘페이스 서울’을 개관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아시아에서는 2008년 중국 베이징과 2014년 홍콩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과 유럽 인기작가 작품을 기획 전시하고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페이스갤러리는 1960년 미국의 미술품 딜러이자 영화 프로듀서인 아널드 글림처가 보스턴에 처음 설립했다. 3년 뒤 뉴욕 맨해튼으로 자리를 옮겨 현대 미술과 동시대 미술의 대표 작가들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면서 뉴욕 미술계를 이끄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영국 런던에도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를 비롯해 윌렘 드 쿠닝, 장샤오강, 제임스 터렐, 이우환 등을 전속작가로 두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백아트를 비롯해 파리의 보두앙 르봉, 베이징의 갤러리 수와 협업한 스페이스칸은 작년 5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열고 국내외 미술품 판매 마케팅에 들어갔다. 앞서 4월에는 프랑스 파리에 본점을 둔 세계적 화랑 페로탱갤러리가 서울 경복궁 옆 팔판동 크리스티한국 사무소가 입점한 건물 1층에 자리를 잡았다. 해외에서 ‘몸값’이 높아진 단색화 작가를 잡고, 미국 유럽 미술품을 사들이는 국내 컬렉터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게 미술계 설명이다.
해외 화랑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다. 프랑스계 오페라갤러리, 독일 마이클슐츠갤러리와 디갤러리 등이 서울에 지점을 열었지만 국내 화랑의 벽을 넘지 못해 고객 확장에 실패했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까지 겹쳐 대부분 철수하고, 오페라갤러리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40~50대 ‘큰손’ 컬렉터 잡기 ‘올인’
해외 화랑들이 한국 마케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국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연간 1000억~1500억원대로 추정되는 한국 미술품 수입시장의 매력 때문으로 미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국내 인기작가 작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창구로 활용할 전망이다. 최근 미술 애호가로 급부상한 40~50대 젊은 기업 오너들이 미국, 유럽 등 해외 미술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외국 화랑이 한국에 진출한 이유로 꼽힌다. 예전의 기업인들이 국내 인기 화가와 도자기, 고서화를 중심으로 컬렉션했다면 젊은 기업인은 미국, 중동 등 해외 부호의 아트 투자 기법을 벤치마킹하면서 외국 미술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외국 자본의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 유명 화랑들이 해외 미술품을 무더기로 들여오면 가뜩이나 힘든 국내 300여개 화랑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