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심의 직전에 공개설명회…문화재청 증도가자 처리 논란
문화재청이 7년 동안 진위 논란을 겪어온 ‘증도가자’(사진)에 대한 공개설명회를 다음달 13일 열기로 했다.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고 지난해 12월30일부터 15일간 시행한 대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서울 인사동의 다보성고미술은 2010년 9월 증도가자를 처음 공개하면서 “고려시대에 간행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증도가)’의 인쇄에 쓰인 금속활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여러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증도가자 진위에 관한 견해를 내놓으며 논란이 계속돼왔다. 증도가자가 진품이면 1377년 간행된 ‘직지심경’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가 된다. 역사 교과서의 내용을 바꾸는 일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잡은 일정을 보면 설명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개 설명회가 다음달 13일 오전 10시30분 열리고 오후 2시에 증도가자의 국보 지정 여부를 심의할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가 열리게 돼 있다. 점심시간을 빼면 설명회는 90분에 불과할 전망이다.

국보 심의 직전에 공개설명회…문화재청 증도가자 처리 논란
당초 문화재청은 1월이나 2월에 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미뤄왔다. 그러다 동산문화재분과위의 심의 직전에 설명회를 하도록 일정을 바꿨다. 1월13일에 끝난 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석 달 동안 묵혀오다 하필이면 문화재 지정 심의일에 설명회를 하겠다는 것이다. 설명회 참여 대상도 당초 일반 국민과 민간 전문가까지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언론만 참여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일정을 이렇게 잡은 이유가 뭘까.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국보 지정 심의 직전에 공개해 심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라며 “미리 공개해 논란이 일면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화재위원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럴 거면 애초 대국민 의견수렴을 왜 했는지 의문이다.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위해 설명회든 토론회든 미리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산문화재분과위원 8명의 임기가 다음달 30일 끝나는 점도 변수다. 일부는 연임하겠지만 일부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다음달에 국보 지정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새로 온 위원이 문제를 다시 검토해 시간이 더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가 처음 공개된 직후에도 진위 규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당시 문화재청이 적극 나서 진위 규명 절차를 밟았다면 일이 이처럼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재청은 끝까지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양병훈 문화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