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 심으면 돈 준다
정부가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지원금을 주는 ‘쌀 생산조정제’를 추진한다. 공급 과잉으로 초래된 쌀값 하락을 막자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1일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위해 이달 중순부터 구체적인 추진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외 사례 조사 등을 위한 연구용역도 발주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80㎏)은 2013년보다 약 26% 떨어졌다. 그 여파로 정부가 농가에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이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한도를 사상 처음 초과했다. 농민이 정부에서 미리 받은 공공비축미 대금 일부를 반납하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장에 공급되는 쌀을 줄이는 데 드는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생산조정제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농가에 ㏊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2년간 2700억원을 들여 논 9만㏊를 감축하면 쌀 생산량 46만t을 줄일 수 있다. 쌀 46만t을 공공매입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3800억원에 이른다.

쌀 공급이 감소해 쌀값이 상승하면 정부가 농민에게 지급하는 변동직불금도 2700억원가량 줄어든다. 1600억원이 넘는 재고관리비용도 아낄 수 있다. 2700억원의 예산으로 8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예산당국은 미온적이다. 농식품부는 작년에도 생산조정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기획재정부 반대로 정부 예산안 반영에 실패했다.

기재부는 과거 시행된 생산조정제 실패를 문제 삼았다. 한국에서는 2003~2005년, 2011~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생산조정제를 실시했다. 그런데 벼 대신 대체 작물로 콩을 많이 심다 보니 콩값이 급락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쌀값을 수급균형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켜 결국 대체작물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