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브이' 앱(왼쪽)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빅뱅'. / 사진=네이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네이버의 '브이' 앱(왼쪽)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빅뱅'. / 사진=네이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박희진 기자 ]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스타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를 향해 투자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은 연예인 매니지먼트뿐 아니라 음원과 영상 콘텐츠 제작에까지 나서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IT 기업은 이들 회사의 콘텐츠 생산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존의 플랫폼에 '즐길 거리'를 늘리고 궁극적으로 충성 고객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IT 기업들의 연예기획사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 단위로 손을 잡는 것은 물론 회사 인수에도 거침이 없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YG엔터테인먼트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13%를 500억원에 인수하고, YG인베스트먼트에 5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로써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양현석 대표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한 다양한 음원 및 영상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해외시장에 유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일본 최대 메신저 '라인'과 스타 개인방송 앱(응용프로그램) '브이'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박선영 네이버 브이&엔터 셀 리더는 "브이 등 네이버의 플랫폼과 YG엔터테인먼트의 전문적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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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지난해 3월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당시 두 회사는 인수금액이 1조87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거래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K팝 콘텐츠 채널 '원더케이(1theK)'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93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K팝 스타의 인터뷰와 공연 등을 콘텐츠로 자체 제작해 원더케이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과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카카오톡에서 멜론을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들의 음원 감상 환경이 보다 편리해졌다. 멜론의 잠재 이용자 유인도 쉬워졌다는 평가다.

오는 31일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주주총회에서는 최근 카카오 사내이사가 된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온다. 송 대표가 카카오의 해외사업을 맡아온 만큼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로엔엔터테인먼트와의 콘텐츠 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8월 자회사 벅스를 통해 하우엔터테인먼트를 110억원에 인수했다. 하우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가수 황치열의 소속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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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벅스는 인수 배경에 대해 "K팝 콘텐츠 제작과 유통, 소비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IT 업계가 연예기획사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까닭은 콘텐츠 파워를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신저든 동영상 앱이든, 플랫폼이 성장을 이어가려면 이용자를 유인할 콘텐츠가 중요하다. 플랫폼만 갖고서는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없어서다.

때문에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로 '스타'나 '연예기획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플랫폼에게 효과적인 카드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IT 회사 플랫폼에 소속 연예인을 노출시키고, 자체 콘텐츠를 실어나를 수 있어 긍정적이다. 처음부터 새롭게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연예기획사에 대한 투자엔 기본적으로 해외 진출과 글로벌 사업 강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어떤 플랫폼에 어떤 콘텐츠를 내보낼 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