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총수일가 지분율 요건을 20%로 낮추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 상장사’에서 ‘20% 이상 상장사’로 규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시기도 아리송하다. 어수선한 대선정국에서 이렇게 나오니 의구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을 내건 현행 규제가 시행된 지 3년밖에 안 된 시점이다. 규제 대상인 총자산 5조원 이상 45개 기업집단 소속 기업 225곳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 점검에 들어간 터에 갑자기 규제 확대를 내놓은 것부터 수상쩍다. 정치적 줄타기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하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를 추진 중임을 공정위가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야당은 일부 기업이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 밑으로 일부러 낮춰 규제를 피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논리대로라면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아예 원천금지 요구가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기업을 해체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지금의 30% 규제도 기업집단을 충분히 공포에 떨게 하고 남을 정도다.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이상이거나 거래 상대방 평균 매출의 12% 이상,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해당하면 과징금, 검찰 고발까지 감수해야 한다.

규제 기업이 더 늘어나면 기업활동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사업재편,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에 미칠 악영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공정위의 빠른 눈치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