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리더와 팔로어
시대가 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왔던 리더십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소통과 직언이 사라진 정치권력의 급격한 몰락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여론 형성 구조의 변화. 그리고 그 상징처럼 우리 사회에 각인될 세월호의 아픈 기억. 앞으로 우리 시대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이전과는 다른 사회가 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입장에서 겪는 가장 큰 불안요소 중 하나는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이다. 리스크(risk)가 확인 가능한 장애물이라면 불확실성(uncertainty)은 앞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지도(map)의 공백’이다. 이 공백 상태를 극복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를 유지하며 함께할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팔로어라 한다. 팔로어는 리더가 일일이 접근하기 어려운 조직 외부 환경과의 접점을 형성한다. 그들이 ‘떠오르는 리더(emerging leader)’로서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조직은 비로소 불확실한 환경의 복잡성(complexity)을 극복하는 추진력을 갖게 된다.

팔로어의 중요성을 인식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의 사례도 있다. 신입사원들을 ‘매니저’로 호칭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정의하도록 하고, 스스로 목적과 비전을 창출하면서 조직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미래에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젊은이도 있다. 이들 젊은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동시에 소비자로서의 충분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리더와 팔로어를 구분짓던 정보의 집중이라는 기준은 모든 개인에게 정보가 분산되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맞이하며 희미해지고 있다.

일찍이 리더십의 구루(Guru·스승)라 불리는 게리 유클은 톱다운 방식의 리더십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면서, 보텀업 방식의 리더십과 수평적인 영향력을 갖춘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성공한 리더들이 유능한 팔로어이기도 하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좋은 팔로어가 모두 유능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리더는 모두가 유능한 팔로어다. ‘나 잘났어’보다는 우리가 함께하자는 ‘협력’과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어야만 조직이 단단하게 결속하고, 그때 비로소 팔로어가 리더로서 성장하게 된다. 팔로어십을 갖추지 못한 리더는 팔로어를 얻지도 못할 것이다.

팔로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리더의 솔선수범과 진정한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속해 있는 대학은 물론 기업과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 모두가 마찬가지다.

강정애 < 숙명여대 총장 kangjap@s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