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열 달 남은 평창동계올림픽이 기업 후원금 모금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한경 4월7일자 A3면). 이른바 ‘최순실 사태’ 여파로 뇌물죄 논란을 의식한 대기업들이 발을 빼면서 당장 운영예산 확보가 걱정이라니 딱한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회 조직위원회와 정부가 결국 공기업에 손을 내미는 모양이나, 이 또한 문제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민간기업이 후원이 어렵다고 한다고 바로 공기업으로 달려가는 이 편리한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왔을까. 검찰과 특검이 휘두른 뇌물죄가 민간에만 적용되고 공기업은 예외라는 법이라도 있나. 대가가 명확한 거래든, 단순 스폰서든 기업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지 정부가 압박을 가해서는 뒷말이나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총예산 2조8000억원 중 현재 3000억원이 부족하다. 이 중 2000억원을 공기업에 분담시키는 방안이 벌써 조직위와 기획재정부 사이에 오간 모양이다. 그간 공기업 경영혁신을 위해 온갖 당위론은 다 내놓고 압박해온 기재부가 앞으로는 공기업에 뭐라고 할지도 단단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물론 근본적 오류는 근시안적 국제행사 유치와 스포츠 정책이다. 사흘 사용을 위한 가리왕산의 스키 활강경기장 등 6개 경기장과 개·폐회식용 올림픽스타디움이 새로 건설 중이다. 강릉의 스피드스케이트장은 대회 후 철거를 전제로도 1000억원이 투입될 지경이었다. 분산개최론이 나오자 IOC 측은 ‘썰매 종목에만 나가노 등 후보지 12곳이 있다’며 지원의사를 밝혔으나 호기 있게 거절한 정부다. 이 결정에 최순실의 이해가 얽혔다는 등 별 얘기가 다 나왔지만 당국은 말이 없다.

운영비 확보가 비상인 판에 경기장 사후관리에만 매년 100억원의 적자는 어떻게 할 셈이냐고 다그치기도 민망하다. 12조원을 투자했다가 19년 만인 올해 겨우 그 빚을 다 갚는 나가노의 길이냐, 컨테이너 숙소로 흑자대회를 운영한 2만5000명의 소도시 릴레함메르 모델이냐에 대한 고민이 애초 부족했다. 공기업 팔을 비틀어야 하는 상황에 개·폐회식도 1000억원짜리 쇼로 예정돼 있기에 하는 얘기다. 허세과시형 프로그램은 다 조정해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지는 정공법이어야 한다. 정부 하는 일에서 ‘구성의 오류’를 보는 것만 같다. 사업 하나하나는 그럴 듯해도 평창의 전체 그림과 결과는 기형이 될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