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고용(3월)이 전망치의 반토막에 그치고, 1분기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금리인상 계획대로"…Fed, 긴축속도 안 늦춘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7일 “Fed가 자산을 축소할 때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는 시간은 아주 잠깐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자산 축소는 Fed가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만기가 돌아온 미 국채를 다시 사들이지 않고 시중에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더들리 총재는 지난달 31일 “올해 후반 또는 늦어도 내년께 자산 축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산 축소 시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 일부에선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더들리 총재는 “자신의 발언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의 일시중지는 시장의 생각보다 큰 결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Fed의 긴축 기조가 느슨해지거나 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경고다.

월가의 투자은행(IB)도 이날 나온 3월 고용동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오는 6월을 포함해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다. 3월 신규 고용이 전월 대비 9만8000명에 그치며 전망치(18만명)의 절반 정도였지만 실업률이 4.5%로 Fed의 장기실업률 전망치(4.8%)를 크게 밑돌았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오히려 6월 인상 확률을 이전의 60%에서 70%로 올려 잡았다. 지난달 기상 악화라는 일회성 요인으로 줄어든 일자리가 7만개에 달한다며 이를 제외하면 고용시장 개선세는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JP모간도 3월 실업률이 Fed 전망보다 가파른 속도로 하락한 것은 예상 밖이라며,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모건스탠리도 63%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낮은 실업률이 임금 인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6%에 그치며 1년 만에 다시 0%대로 급락할 것이라는 애틀랜타연방은행 전망도 긴축 기조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2분기부터 큰 폭의 반등세를 이어가며 연간 성장률 목표인 2.1%를 달성할 것으로 Fed는 보고 있다. 옐런 의장도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GDP는 혼란스러운 지표”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금융시장도 긴축에 대비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5% 오른 101.18을 기록하며 최근 3주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국채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수익률 상승)했다. 미 국채가격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수익률은 0.036%포인트 오르며 연 2.37%까지 상승했고, 기준금리 인상에 민감한 2년 단기물 수익률은 0.048%포인트 급등하며 연 1.28%를 찍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