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높이고 있다고 한다. 모건스탠리는 기존 2.0%에서 2.4%로, 바클레이즈와 JP모간은 각각 2.3%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개 해외 IB가 내놓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2.5%였다. 2월 말(2.4%)에 비해 0.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그간 전망치를 꾸준히 낮춰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당초 2.1%에서 지난달 말 2.5%로 올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 LG경제연구원도 조만간 전망치를 올릴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각종 지표가 청신호를 보임에 따라 나라 안팎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한 데다 3개월 연속 감소하던 소매판매도 2월에는 3.2% 증가로 반전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전산업생산은 2월에는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늘었다.

국내 경기가 지난해 9~10월을 저점으로 호전되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설비투자나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그랬다. 세수 역시 지난해부터 호조를 이어왔고 경기선행 및 동행지수도 상승흐름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도 경제전문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경기가 최악’이라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해 실질 성장률이 2.8%를 기록, 예상외로 선방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경기 전망은 틀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입견 없이 지표가 보내는 사인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상이 잘못됐다면 나중에라도 이를 과감하게 고치는 용기도 필요하다. 족집게 전망보다는 지혜로운 대응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