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DNA 염기 하나만 바꾸는 신종 유전자 가위 기술 성능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특정 염기 하나가 고장나서 걸리는 난치병 치료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김대식 서울대 화학부 연수연구원 연구팀은 DNA 염기 하나만 바꾸는 신종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가 기존 유전자 가위보다 훨씬 정확하게 특정 유전자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11일자에 발표했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 배열로 이뤄져 있다. DNA 염기 중 단 하나만 잘못돼도 심각한 질병을 앓는다. 불치병인 겸상 적혈구 빈혈증, 낭성 섬유증 등이 염기 하나가 잘못돼 걸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현재 유전질환 극복 연구에 사용되는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는 두 가닥으로 이뤄진 DNA 일부분을 잘라내는 원리다.

이에 비해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는 DNA 덩어리가 아니라 문제가 생긴 염기 하나만 바꾸는 기술이다. 이 신종 유전자 가위는 DNA를 자르는 효소와 염기를 다른 종류 염기로 치환하는 효소로 구성된다. 효소가 염기 중 하나인 시토신을 분해해 새로운 염기인 우라실(U)로 만들면 DNA 복구 과정에서 티민으로 바뀌는 원리다. 이 방법은 데이비드 리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니시다 게이지 일본 고베대 교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가 표적 위치에서 정확히 작동하는지, 엉뚱한 위치에서 오작동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가 32억쌍으로 이뤄진 사람 유전체에서 표적 염기만 정확히 골라 교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전자 가위 적용 전과 후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유전체 시퀀싱 방식으로 염기가 교체된 위치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32억개 염기쌍 중 18곳에서만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보다 오작동할 확률이 훨씬 낮다는 뜻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