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판을 바꾸자] 신약 개발 지원한다더니…배정예산 5300억의 절반도 집행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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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불협화음에 정부 예산집행 지지부진
바이오 담당기관 50곳 달해…일원화된 창구 없어 '애로'
정부, 사업 성과에만 급급…신약후보 물질 제값 못받아
장기적인 정책수립 위해 바이오컨트롤타워 설립을
바이오 담당기관 50곳 달해…일원화된 창구 없어 '애로'
정부, 사업 성과에만 급급…신약후보 물질 제값 못받아
장기적인 정책수립 위해 바이오컨트롤타워 설립을
한국형 글로벌 신약 개발을 목표로 2011년 출범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제약·바이오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들이 불협화음을 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간 엇박자로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세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해줄 컨트롤타워마저 없다. 컨트롤타워를 통해 바이오산업을 키우고 있는 미국 일본 등과 대조적이다.
◆신약 만든다면서 예산 절반 싹둑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당초 배정된 정부 예산은 2020년까지 5300억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행된 예산은 2001억원에 불과하다.
이 속도대로라면 2020년까지 당초 예산의 절반가량만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은 2020년까지 글로벌 기술이전 10건 달성이 목표다. 현재까지 5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지만 속사정은 간단치 않다. 예산이 충분치 않아 임상 지원이 어렵다 보니 신약후보 물질을 초기단계에서 기술이전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단계가 한 단계 올라갈수록 가치가 10배 이상 높아진다”며 “초기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다 보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의료 사업, 바이오클러스터도 마찬가지다. 세 부처가 참여하는 정밀의료 기술개발사업에 배정된 올해 정부 예산은 당초 500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바이오클러스터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재부가 오송첨단의료산업단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단지 등의 예산을 삭감했다가 관련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갈등을 겪었다. 결국 감사원이 나서 내년부터 중단하겠다던 운영비 지원을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대관 업무에 바쁜 바이오 기업
바이오 담당 부처가 쪼개져 있다 보니 기업들도 애를 먹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때만 되면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각 부처의 산하단체에서 비슷한 내용을 조사하고 귀찮게 한다”고 토로했다.
바이오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복지부, 미래부, 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여기에 담당 부처 소속 유관단체, 산하단체 등을 포함하면 관련 기관은 약 50개에 이른다. 기관마다 요구하는 자료의 문서양식도 다르다. 한 바이오 업체 대표는 “바이오산업이 각광을 받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나 국가정보원에서도 찾는다”며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일원화된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컨트롤타워 만들자”
바이오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처럼 부처별로 기능이 분절된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대통령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정부에 건의했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을 큰 틀에서 총괄 기획하고 아우르는 전략이 부족하다”며 “중복되는 정부 투자와 사업도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가 자칫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수용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면 한 곳에 힘이 쏠리고 일방적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근희/조미현 기자 kfcka7@hankyung.com
◆신약 만든다면서 예산 절반 싹둑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당초 배정된 정부 예산은 2020년까지 5300억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행된 예산은 2001억원에 불과하다.
이 속도대로라면 2020년까지 당초 예산의 절반가량만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은 2020년까지 글로벌 기술이전 10건 달성이 목표다. 현재까지 5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지만 속사정은 간단치 않다. 예산이 충분치 않아 임상 지원이 어렵다 보니 신약후보 물질을 초기단계에서 기술이전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단계가 한 단계 올라갈수록 가치가 10배 이상 높아진다”며 “초기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다 보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의료 사업, 바이오클러스터도 마찬가지다. 세 부처가 참여하는 정밀의료 기술개발사업에 배정된 올해 정부 예산은 당초 500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바이오클러스터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재부가 오송첨단의료산업단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단지 등의 예산을 삭감했다가 관련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갈등을 겪었다. 결국 감사원이 나서 내년부터 중단하겠다던 운영비 지원을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대관 업무에 바쁜 바이오 기업
바이오 담당 부처가 쪼개져 있다 보니 기업들도 애를 먹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때만 되면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각 부처의 산하단체에서 비슷한 내용을 조사하고 귀찮게 한다”고 토로했다.
바이오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복지부, 미래부, 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여기에 담당 부처 소속 유관단체, 산하단체 등을 포함하면 관련 기관은 약 50개에 이른다. 기관마다 요구하는 자료의 문서양식도 다르다. 한 바이오 업체 대표는 “바이오산업이 각광을 받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나 국가정보원에서도 찾는다”며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은 좋지만 일원화된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컨트롤타워 만들자”
바이오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처럼 부처별로 기능이 분절된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대통령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정부에 건의했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을 큰 틀에서 총괄 기획하고 아우르는 전략이 부족하다”며 “중복되는 정부 투자와 사업도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가 자칫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수용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면 한 곳에 힘이 쏠리고 일방적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근희/조미현 기자 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