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산 강관 때리기…관세율 최고 3배로
미국이 덤핑을 이유로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최대 3배로 올렸다. ‘특정 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이라는 반덤핑 규정을 이례적으로 적용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11일(현지시간)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반덤핑 최종 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넥스틸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종전의 8.04%에서 24.92%로, 현대제철 제품은 5.92%에서 13.84%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세아제강 관세율은 3.80%에서 2.76%로 내렸고, 나머지 2개 업체는 12.82%를 유지했다.

한국 유정용 강관 업체들은 2013년 미국 업계로부터 덤핑판매를 한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해 2014년 7월 9.89~15.75%의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이후 이들은 매년 반덤핑 관세율이 적정한지 재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재심에서는 현대제철 관세율이 15.75%에서 5.92%로, 세아제강은 12.82%에서 3.80%로 하향 조정됐다.

업계는 반덤핑 관세율이 다시 높아진 것은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정부 출범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지난달 초 한국산 유정용 강관 제품의 덤핑마진율을 9.89~15.75%에서 36% 선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상무부에 전달했다.

나바로 위원장이 상향 조정의 근거로 든 게 ‘특정 시장상황’ 규정이다. 한국산 유정용 강관은 덤핑 수출된 중국산 핫코일을 원재료로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 내 덤핑마진(한국 내 판매가격-미국 수출가격)을 계산할 때 단순히 한국 내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한국산 원료(핫코일)로 제조했을 때 예상되는 더 높은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바로 위원장은 또 “지금처럼 한국산 유정용 강관을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면 텍사스에 공장을 완공한 아르헨티나의 테라리스사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특정 시장상황이란 규정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규정이 실제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정용 강관시장에서 한국은 1위 수출국이다. 유정용 강관은 셰일오일 등 원유를 뽑아낼 때 사용하는 강관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