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보물 지정 부결은 부당…공청회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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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춘 회장, 문화재委 결정에 반발
"문화재 지정 방해세력 있다" 주장도
"문화재 지정 방해세력 있다" 주장도
세계 최고 금속활자 여부를 놓고 7년째 논란이 계속된 고려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보물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 결정에 대해 활자 소유자 측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3일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여부를 심의한 뒤 부결 판정을 내렸다.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회장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청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일단 지정을 ‘보류’하고 남은 의문이 해결될 수 있도록 추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문화재청은 보물 지정을 신청한 활자가 고려금속활자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보물 가치가 없다고 부결했다”며 “고려금속활자가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다는 의미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금속활자로,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처음 공개했다.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게 된다.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을 방해하는 ‘음해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1997년부터 사단법인 고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고미술업계에 팽배한 위작을 근절하기 위해 ‘가짜와의 전쟁’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그를 시기하는 일부 음해세력이 거꾸로 증도가자를 가짜로 몰아가는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면 문화재청장을 법정에 세우겠다며 여러 차례 협박을 거듭한 세력이 있다”며 이들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문화재청장에게 요구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밝힌 부결 사유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남 교수는 “‘밀랍주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문화재청 발표와 달리 증도가자 측면의 분할선은 주물사주조 때 사용된 상하 주조틀의 구분선”이라며 “활자 옆과 바닥의 갈아낸 흔적 역시 밀랍주조일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도가자와 증도가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의 서체 일치율을 비교하면서 조선시대 금속활자 가운데 정교한 정도가 높은 1772년 임진자와 그 번각본만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증도가자의 유사도가 낮게 보이도록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증도가자 중 일부 활자의 크기가 커서 조판이 불가능하다는 문화재청 발표를 반박했다. 그는 “번각본은 수축 현상 때문에 활자본보다 먹선 테두리(광곽)가 작고, 목판별로 수축률이 달라 길이도 일정하지 않다”며 “문화재청은 번각본 광곽의 최소, 최대, 평균치로 설정해 실험한 뒤 ‘조판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서지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수 청주대 교수는 “2015년 문화재청이 구성한 12명의 지정조사단에는 금속활자의 주조 및 조판 경험자가 전무해 비전문가가 전문가 행세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회장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청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일단 지정을 ‘보류’하고 남은 의문이 해결될 수 있도록 추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문화재청은 보물 지정을 신청한 활자가 고려금속활자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보물 가치가 없다고 부결했다”며 “고려금속활자가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다는 의미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금속활자로,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처음 공개했다.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게 된다.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을 방해하는 ‘음해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1997년부터 사단법인 고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고미술업계에 팽배한 위작을 근절하기 위해 ‘가짜와의 전쟁’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그를 시기하는 일부 음해세력이 거꾸로 증도가자를 가짜로 몰아가는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면 문화재청장을 법정에 세우겠다며 여러 차례 협박을 거듭한 세력이 있다”며 이들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문화재청장에게 요구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밝힌 부결 사유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남 교수는 “‘밀랍주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문화재청 발표와 달리 증도가자 측면의 분할선은 주물사주조 때 사용된 상하 주조틀의 구분선”이라며 “활자 옆과 바닥의 갈아낸 흔적 역시 밀랍주조일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도가자와 증도가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의 서체 일치율을 비교하면서 조선시대 금속활자 가운데 정교한 정도가 높은 1772년 임진자와 그 번각본만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증도가자의 유사도가 낮게 보이도록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증도가자 중 일부 활자의 크기가 커서 조판이 불가능하다는 문화재청 발표를 반박했다. 그는 “번각본은 수축 현상 때문에 활자본보다 먹선 테두리(광곽)가 작고, 목판별로 수축률이 달라 길이도 일정하지 않다”며 “문화재청은 번각본 광곽의 최소, 최대, 평균치로 설정해 실험한 뒤 ‘조판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서지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수 청주대 교수는 “2015년 문화재청이 구성한 12명의 지정조사단에는 금속활자의 주조 및 조판 경험자가 전무해 비전문가가 전문가 행세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