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우리가 가져야 할 진짜 인공지능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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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모든 문제 해결하는 AI는 없어
원천기술 못지 않게 응용하는 것도 어려워
실세계 문제 찾고 해결해 성과 내는 게 중요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 >
원천기술 못지 않게 응용하는 것도 어려워
실세계 문제 찾고 해결해 성과 내는 게 중요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 >
인공지능(AI)은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1990년대 초반 조선업에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해당 조선소는 복잡한 생산일정 계획을 자동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인공지능을 결합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방법론이 없었다. 1970년대에 개발된 최적화 기법과 1980년대에 개발된 로보틱스연구를 통해 방법론의 기초를 쌓았다. 조선소에 수십 번 방문해 현업 전문가의 지식을 반영한 공간 추론 계산 기하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현업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업무를 빼앗아갈까봐 두려워했다. 점차 인공지능을 이해하면서 인공지능 시스템이 자신의 업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원해준다는 것을 알고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선박설계도면이 나오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공정이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인력 투입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신경회로망 기계학습 방법을 이용해 추정했다. 기존 주먹구구 계산식에 비해 높아진 정확도는 생산성을 높였고 계획과 일정 간 괴리를 줄였다. 인공지능이 회사 상황에 따른 계획을 빠른 시간에 산출함으로써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볼 수 있어 경영의사결정이 유연해졌고 이를 선박수주전략 의사결정에 활용, 매출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은 1995년 세계인공지능학회의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했다. 국내 최초의 일이었다.
1990년대 중반 건설업에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연구를 하게 됐다. 5~10년 경력의 현업 전문가가 1주일 정도 걸려 내놓는 공사계획표를 1시간 안에 생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 고쳐나가는 식으로 이를 만들고 있었다. 회사는 연구팀과 같이 기존 건설공정표 사례를 디지털화하고 사내 전문가들의 지식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공정표를 자동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새 공정표가 이상하게 나오면 사례나 사내지식 중 하나에 결함이 있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례를 더 좋은 사례로 만들고, 지식을 더 좋은 지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건설회사는 이런 노력을 통해 양질의 공정표 사례를 축적하게 됐고 머릿속 지식을 컴퓨터가 실행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꿔 이른바 지식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아파트, 교량, 열병합발전소, 송전탑 등의 건설공정표 생성에 활용됐고 1997년 세계인공지능학회의 인공지능 응용상을 두 번째로 받았다. 한국에서 세계인공지능학회의 인공지능 응용상을 세 번 수상한 연구팀은 아직 없다.
최근엔 S&P, 다우존스, 유가증권시장 등 17개 주식시장 주요 지표의 다음날 등락 여부를 전날 예측하는 연구를 했다. 장단기기억기술(LSTM), 딥러닝, 서포트 벡터 머신(SVM) 등 최신 유행의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해봤다. 하지만 1970년대 개발된 특수 회귀분석 기법을 매일 최근 1년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적용했더니 성과가 제일 좋았다. 1970년대 기법도 최신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방법으로 적용하니까 성과가 잘 나왔던 것이다.
어떤 인공지능 기술 하나가 마법처럼 모든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마다 특성이 있고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 비인공지능 기법을 종합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예측과 의사결정 문제를 다 풀어내는 어떤 인공지능 시스템이 나온다는 것은 환상이다.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전에 △새 시장 창출 △경쟁역량 확보 △고객 애로사항 해결 등 가장 중요한 문제를 선택해야 한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이들 문제의 특성을 파악해 여러 인공지능, 비인공지능 기법을 대안에 올려놓고 실험하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 직원의 협력이 필요하며 시간과 비용을 끈기있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원천기술도 중요하지만 응용하는 것이 더 어렵다. 실세계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해서 성과를 내는 것, 그게 진짜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 >
현업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업무를 빼앗아갈까봐 두려워했다. 점차 인공지능을 이해하면서 인공지능 시스템이 자신의 업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원해준다는 것을 알고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선박설계도면이 나오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공정이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인력 투입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신경회로망 기계학습 방법을 이용해 추정했다. 기존 주먹구구 계산식에 비해 높아진 정확도는 생산성을 높였고 계획과 일정 간 괴리를 줄였다. 인공지능이 회사 상황에 따른 계획을 빠른 시간에 산출함으로써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볼 수 있어 경영의사결정이 유연해졌고 이를 선박수주전략 의사결정에 활용, 매출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은 1995년 세계인공지능학회의 인공지능 응용상을 수상했다. 국내 최초의 일이었다.
1990년대 중반 건설업에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연구를 하게 됐다. 5~10년 경력의 현업 전문가가 1주일 정도 걸려 내놓는 공사계획표를 1시간 안에 생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 고쳐나가는 식으로 이를 만들고 있었다. 회사는 연구팀과 같이 기존 건설공정표 사례를 디지털화하고 사내 전문가들의 지식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공정표를 자동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새 공정표가 이상하게 나오면 사례나 사내지식 중 하나에 결함이 있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례를 더 좋은 사례로 만들고, 지식을 더 좋은 지식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건설회사는 이런 노력을 통해 양질의 공정표 사례를 축적하게 됐고 머릿속 지식을 컴퓨터가 실행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꿔 이른바 지식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아파트, 교량, 열병합발전소, 송전탑 등의 건설공정표 생성에 활용됐고 1997년 세계인공지능학회의 인공지능 응용상을 두 번째로 받았다. 한국에서 세계인공지능학회의 인공지능 응용상을 세 번 수상한 연구팀은 아직 없다.
최근엔 S&P, 다우존스, 유가증권시장 등 17개 주식시장 주요 지표의 다음날 등락 여부를 전날 예측하는 연구를 했다. 장단기기억기술(LSTM), 딥러닝, 서포트 벡터 머신(SVM) 등 최신 유행의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해봤다. 하지만 1970년대 개발된 특수 회귀분석 기법을 매일 최근 1년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적용했더니 성과가 제일 좋았다. 1970년대 기법도 최신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방법으로 적용하니까 성과가 잘 나왔던 것이다.
어떤 인공지능 기술 하나가 마법처럼 모든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마다 특성이 있고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 비인공지능 기법을 종합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예측과 의사결정 문제를 다 풀어내는 어떤 인공지능 시스템이 나온다는 것은 환상이다.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전에 △새 시장 창출 △경쟁역량 확보 △고객 애로사항 해결 등 가장 중요한 문제를 선택해야 한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이들 문제의 특성을 파악해 여러 인공지능, 비인공지능 기법을 대안에 올려놓고 실험하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 직원의 협력이 필요하며 시간과 비용을 끈기있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원천기술도 중요하지만 응용하는 것이 더 어렵다. 실세계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해서 성과를 내는 것, 그게 진짜 인공지능 기술이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