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일…기업가 정신을 갖고 창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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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연구원 출신 기술인재 창업 활성화 좌담회
최근 제2의 벤처붐이라고 불릴 정도로 창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학교수, 국책기관 연구원 등 고급 기술인재들의 창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일반인의 생계형 창업보다는 이들의 기술 창업이 더 활발해야 창업생태계가 강해지고 경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정부도 이들의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기술인력의 창업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과 대학교수와 연구원 신분으로 창업해 성공한 김선영 바이로메드 사장, 박찬구 위월드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이종포 엔스코 대표, 최혁 인포마크 대표(이상 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사회는 김태완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부장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생산인력이 줄어드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재도약하려면 고급 기술을 가진 혁신적 벤처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해야한다”며 “기술인재들이 두려움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먼저 주영섭 청장께서 기술인재 창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주영섭 청장=교수, 석박사 등 대학가와 정부출연연구소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기술창업을 주도해야 하는게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유는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것도, 저성장시대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벤처와 중소기업이다. 세계는 2010년 이후 뉴노멀시대에 저성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이후 일자리의 97%는 중소, 창업벤처가 맡고 있다. 대기업은 단 3%만 기여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을 하는 두 가지 과제,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가장 중요한 게 역시 스타트업이다. 창업은 크게 혁신형과 생계형이 있다. 혁신형은 스타트업이고 생걔형은 소상공인으로 볼 수 있다.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과 다르다. 내수시장만 겨냥해서 창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 반드시 해외, 글로벌시장에서 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창업생태계가 더더욱 기술창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 창업을 하려면 기술 인재가 있어야 한다. 이들은 대학과 연구원에 있다. 그러나 이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다. 실패의 위험이 크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점은 투자 중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실패해도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을 낮추고, 기술 스카우터들이 인재들을 창업계로 유도해야 한다.또 창업선도대학 등 기술창업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만들어서 예산을 집행하고 그런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업들을 잘 육성해 스타벤처를 만드는게 목표다. 마지막으로는 육성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M&A시장을 활성화 해야 한다.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이 자본을 회수하고 그 자본이 다시 새로운 창업과 재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부의 방침이고 목표다.
▶사회=종합해보면 벤처 환경이 과거에 비해서는 제도나 지원 등 측면에서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교수·연구원 기술창업의 비중은 10년 전의 12%에서 지난해 8%대 수준으로 낮아졌다. 왜 기술창업이 부진하고 창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지에 대해 말씀해달라.
▶안건준 회장=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이 너무 외국과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창업 시 융자를 받을 때 담보를 잡는다. 이런 형태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물론 기본적인 답보설정은 미국도 있지만 수준이 다르다. 한국은 가족 중 한명이 사업을 실패하면 온 식구들이 길거리에 나앉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이런 부담이나 걸림돌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 직장을 다니는 인재들이 창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없다. 특히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기술 인재들이 더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혁 대표=제가 창업했던 16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전반적인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신용불량자가 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기술자들은 창업을 좋은 경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창업에 실패해 대학 연구소나 대기업 등으로 돌아가면 창업 경험은 좋은 경력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실패 후평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이면 조금 더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있는 교수, 연구원들은 창업을 해도 장기간 휴직이나 겸직이 가능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지 않나.
▶김선영 사장=벤처법에 따르면 최대 임기 중 5년간 휴직을 할 수 있다. 상당한 혜택이다. 겸직은 2,3년 단위로 갱신만 하면 가능하다. 제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대학의 분위기가 그렇지 못하다. 원래는 국가 연구기관도 휴직, 겸직제도가 동일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출연기관은 기관장이 3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결국 기관장 철학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대학도, 연구기관도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관련 기조가 변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정선 회장=제도적으로만 보면 사실 교수가 벤처 대표를 같이 하는 것은 상당한 프리미엄이다. 교수와 기업가가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것들이 대학 내에서 차별적인 분위기,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김선영 사장=대학교수들이 창업을 주저하는 근본적 이유는 정책과는 무관하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창업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창업한다는 자체를 성과로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대신 창업을 해서 투자를 유치한다던지 제품을 만들었거나 하면 공정한 평가 방식을 마련해서 대학 고유의 업무일환으로 인정해줘야 한다. 예를들어 서울대의 경우 교수는 교육, 연구, 봉사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교수들에게 창업은 본업이 아닌 개인의 영리 추구 활동, 주된 업무가 아닌 부업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사회=교수들이 벤처창업을 주저하는 게 주변 분위기 탓이라면 제도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게 아닌가.
▶최혁 대표=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서울시립대는 정교수라도 산업체 관련 성과로 교수를 평가하는 제도를 이번에 도입했다. 물론 시도를 한다고 해서 단번에 많은 지지가 생기거나 이해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사회=대학이나 연구소의 지원이 약하다는 면이 있지만 기술인력 자체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예를들어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거나,창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창업의욕이 꺾인 것 아닌가.
▶김선영 사장=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는 잘 나가는 교수가 있다고 치자. 그 교수는 연구비의 90%를 정부지원으로 받을 수 있다. 수 억원을 지원받아 유력 학술지에 쓰는 논문 작업에 집중을 한다. 그런데 창업을 하면 5000만원 지원을 받고 매번 보고를 해야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간섭을 받아야 한다. 연구 능력이 뛰어난 교수가 창업을 선택하겠나.
▶박찬구 대표=교수 연구원출신들이 강점을 가진 산업분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바이오나 반도체 같이 기술이 곧 산업으로 직결될 수 있는 분야는 괜찮다. 그러나 여러 연구자가 기술을 공유하고 협업을 하는 분야는 오히려 기술창업이 단점이 될 수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 따라 세분화된 지원이나 창업 방식도 생각해봐야 한다. 제가 연구해온 위성 분야만 보면 이 분야는 기술 흐름의 변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물론 IT업종이지만 국방, 위성에 한정된 시장이라 변화 속도가 급격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회사가 지금까지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한 측면에는 이런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준 게 있다고 본다.
▶안건준 회장=기술적인 부분, 영업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근본적인 문제는 M&A다. 국내에서 벤처의 성공은 상장이다. 투자금 회수의 97%가 기업공개다. M&A는 2%도 안된다. 미국은 정반대다. M&A 시장이 70%이고 나머지가 상장 등이다. 한국은 투자금 회수 방법이 오로지 상장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실패 케이스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벤처생태계가 잘 운영되려면 교수나 연구원이 자기 기술로 창업을 하고 짧게 해보고 잘 되면 대기업들이 사줘야 하는데 한국 대기업들은 국내 벤처들을 제값주고 사지 않는다.
▶주영섭 청장=여러분들의 지적은 정부의 정책방향도 직결된다. 산업 변화 속도와 투자금 회수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기술 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투자금 회수도 더 빨라진다. 기업공개까지 7~10년을 기다리지 않는다.그 전에 대부분이 M&A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한국 투자자들이나 창업자들도 자세를 바꿔야 한다. 바이오 쪽은 좀 다르지만 IT쪽은 M&A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이스라엘의 모빌아이가 그런 경우다.종업원 300명 정도 규모의 교수 창업 회사인데 인텔에 20조원에 인수가 됐다. 한국에선 어떻게 이런 스타트업 M&A 시장을 활성화 할까하는 고민을 정부도 하고 있다. 기술보호 제도를 더 강화하고, M&A를 하는 인수기업에는 세제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을 늘려줘야 한다고 본다. 중기청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에 한국 벤처들을 노출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이르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에는 빅플레이어에게 투자를 받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자=벤처 창업자들이 피인수를 적극 추진하기 보다는 피하려하지 않나.
▶박찬구 대표=맞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조금 바뀌고 있다. 꼭 M&A가 아니더라도 색다른 방식의 연계, 협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전 내 A, B 두 벤처회사가 있는데 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한쪽도 주도권을 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업공개를 하려면 두 회사가 합쳐지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현행 제도 내에서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뒤에 생각해보니 회사 전체를 통째로 M&A가 어려우면 군더더기를 제하고 필요한 사업부문만을 패키지화해서 사업모델을 팔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진작 준비를 했으면 더 쉽게 다른 회사들과 M&A를 추진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벤처생태계에서 투자금 회수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마련하면 기술벤처들도 이에 맞는 사업형태를 초기단계부터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종포 대표= M&A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부작용도 충분히 봐야 한다. M&A 협상 시 최종단계에서 성사되는 확률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이런 성공률 가지고 과연 M&A를 시도해야 하는가. 괜히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회사 평가나 여러 부분에서 너무 많은 손실이 생긴다. 창업 20년째인데 우리는 사회적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부도적하다는 인식도 창업생태계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선영 사장=우리 사회에서 특히 그런 인식이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을 때 비행기 안에서 본 잡지에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신(이념)'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봤다. 기업가정신이 1위였다. 기업에 대한 인식 차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한다.
▶최혁 대표=창업하고 M&A를 해서 돈을 버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M&A 시도를 했다는 소문이 돌면 그 회사, 경영인에 대해 안 좋은 평가가 뒤따른다. 회사 발전을 위해 M&A가 더 나은 결정일 수 있는데 이른바 '먹튀'처럼 생각하는 거다.
▶서정선 대표=창업이 필요한 이유 중 한 가지가 미래 변화, 사회변화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사업, 회사 구조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관점도 있다. 예를 들어 인구의 고령화로 점차 사회복지비용, 의료비용이 너무 증가해서 2025년이면 선진국 여부 상관없이 경제구조에 부담이 너무 커진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몸집이 큰 회사들이 변화하는 것보다 가벼운 규모의 창업이 더 적절할 거다. 창업은 미래 사회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일종의 교육이다. 과거처럼 글로벌 선두기업을 따라만가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정부도 지원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을 성공시켰던 경험이 있으니까 바이오산업도 그와 같이 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미래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식으로 성공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사회자=벤처생태계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언을 묻고 싶었는데 먼저 말씀을 해주셨다.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안건준 회장=가장 기본적인 대책은 교육이다. 많은 분들이 공감했듯이 우리는 창업가가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지금처럼 창업교육을 하면 안된다. 일본, 독일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교과과정에 포함해서 교육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근본적인 변화를 하려면 어렸을 때 교과과정에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포함시켜야한다.
▶사회자=상당히 근원적인 문제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최혁 대표=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코팅 교육이 의무화된다. 창의력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하는데 사실 우려가 든다. 벌써부터 코팅학원이나 과외니 하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 정해진 답을 찾는 일은 사람보다 더 뛰어나고 더 발전할 거다.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창의력을 기반으로 여러 다양한 형태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자유주제로 마음껏 해보라는 창의적 교육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꿈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이건 지원이건 결과는 바뀌지 않을 거다.
▶이종포 대표=밴처기업들의 역할도 생각해볼 일이다. 벤처는 꼭 성공한 기업인들의 경험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패한 경험도 공유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벤처는 실패를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거고 실패 경험이 축적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얘기지만 벤처 인증에 대해서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 벤처협회에도 이미 전문가들이 많은데 인증을 받을 때 외부기관, 기술보증기금 같은데서 맡아서 기술평가를 하는 부분은 개선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벤처 기술 중에는 기존 잣대로 제대로 평가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사회자=정부가 연구원 출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박찬구 대표=오늘 나온 얘기는 기술보다는 교육이나 사고방식에 대한 얘기로 요약된다. 의외일 수 있다. 그만큼 주변 여건이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연구원 출신 창업도 그 환경부터 따져봐야 한다. 벤처도 그렇지만 출연연구원 등은 환경 자체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연구원 인력의 절반 이상이 정부 과제를 따내서 지원받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연구는 비연구 인력을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이 하는 셈이다. 창업과 연구소를 오갈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안 된다.
▶사회자=끝으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서정선 대표=산업의 기본은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창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일이다.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하고, 이게 정말 자기가 하고 싶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 선진국 학생들을 보면 남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평소에는 별 생각없이 생활하는 것 같다가도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요소를 찾으면 거기에 정신없이 빠져든다.그와달리 동양계 학생들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흥미보다 미래에 무엇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부터 따져본다.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회일수록 후자의 경우가 늘어난다고 본다. 정해진 틀에 맞는 선수만 키우는 셈이다. 지금 벤처생태계에 필요한 사람은 이런 선수가 아니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고 그에 맞는 단계를 밟아가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그게 창업가에게 요구되는 기업가정신이다. 정부의 역할도 불필요한 경쟁은 줄여주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무슨 컨트롤타워니 정책이니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김선영 사장=대학 내 벤처 창업을 비아냥 거리는 분위기가 바뀌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창업이 교수의 역할 중 중요한 임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시장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방향과 기술을 내놓은 것도 교수의 역할이다. 덧붙여서 이제 갓 창업을 한 교수들에게는 ‘두 개의 모자를 쓰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는 연구자, 교수로서의 모자(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로서의 모자다. 투자자과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으려면 교수로서의 권위의식은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주영섭 청장=대학과 연구원 창업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대학에서 창업 친화적인 인사평가제도가 도입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에서도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평가가 논문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점차 창업 친화적인 교원평가제도가 자리잡으면 점차 환경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은 기술인력의 창업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과 대학교수와 연구원 신분으로 창업해 성공한 김선영 바이로메드 사장, 박찬구 위월드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이종포 엔스코 대표, 최혁 인포마크 대표(이상 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사회는 김태완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부장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생산인력이 줄어드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재도약하려면 고급 기술을 가진 혁신적 벤처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해야한다”며 “기술인재들이 두려움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먼저 주영섭 청장께서 기술인재 창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시죠.
▶주영섭 청장=교수, 석박사 등 대학가와 정부출연연구소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기술창업을 주도해야 하는게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유는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것도, 저성장시대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벤처와 중소기업이다. 세계는 2010년 이후 뉴노멀시대에 저성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이후 일자리의 97%는 중소, 창업벤처가 맡고 있다. 대기업은 단 3%만 기여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을 하는 두 가지 과제,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가장 중요한 게 역시 스타트업이다. 창업은 크게 혁신형과 생계형이 있다. 혁신형은 스타트업이고 생걔형은 소상공인으로 볼 수 있다.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과 다르다. 내수시장만 겨냥해서 창업을 하는 것이 어렵다. 반드시 해외, 글로벌시장에서 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창업생태계가 더더욱 기술창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 창업을 하려면 기술 인재가 있어야 한다. 이들은 대학과 연구원에 있다. 그러나 이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다. 실패의 위험이 크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점은 투자 중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실패해도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을 낮추고, 기술 스카우터들이 인재들을 창업계로 유도해야 한다.또 창업선도대학 등 기술창업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만들어서 예산을 집행하고 그런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업들을 잘 육성해 스타벤처를 만드는게 목표다. 마지막으로는 육성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M&A시장을 활성화 해야 한다.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이 자본을 회수하고 그 자본이 다시 새로운 창업과 재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부의 방침이고 목표다.
▶사회=종합해보면 벤처 환경이 과거에 비해서는 제도나 지원 등 측면에서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교수·연구원 기술창업의 비중은 10년 전의 12%에서 지난해 8%대 수준으로 낮아졌다. 왜 기술창업이 부진하고 창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지에 대해 말씀해달라.
▶안건준 회장=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이 너무 외국과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창업 시 융자를 받을 때 담보를 잡는다. 이런 형태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물론 기본적인 답보설정은 미국도 있지만 수준이 다르다. 한국은 가족 중 한명이 사업을 실패하면 온 식구들이 길거리에 나앉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이런 부담이나 걸림돌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 직장을 다니는 인재들이 창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없다. 특히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기술 인재들이 더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혁 대표=제가 창업했던 16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전반적인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신용불량자가 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기술자들은 창업을 좋은 경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창업에 실패해 대학 연구소나 대기업 등으로 돌아가면 창업 경험은 좋은 경력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실패 후평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이면 조금 더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있는 교수, 연구원들은 창업을 해도 장기간 휴직이나 겸직이 가능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지 않나.
▶김선영 사장=벤처법에 따르면 최대 임기 중 5년간 휴직을 할 수 있다. 상당한 혜택이다. 겸직은 2,3년 단위로 갱신만 하면 가능하다. 제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대학의 분위기가 그렇지 못하다. 원래는 국가 연구기관도 휴직, 겸직제도가 동일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출연기관은 기관장이 3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결국 기관장 철학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대학도, 연구기관도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관련 기조가 변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정선 회장=제도적으로만 보면 사실 교수가 벤처 대표를 같이 하는 것은 상당한 프리미엄이다. 교수와 기업가가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것들이 대학 내에서 차별적인 분위기,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김선영 사장=대학교수들이 창업을 주저하는 근본적 이유는 정책과는 무관하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창업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창업한다는 자체를 성과로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대신 창업을 해서 투자를 유치한다던지 제품을 만들었거나 하면 공정한 평가 방식을 마련해서 대학 고유의 업무일환으로 인정해줘야 한다. 예를들어 서울대의 경우 교수는 교육, 연구, 봉사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교수들에게 창업은 본업이 아닌 개인의 영리 추구 활동, 주된 업무가 아닌 부업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사회=교수들이 벤처창업을 주저하는 게 주변 분위기 탓이라면 제도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게 아닌가.
▶최혁 대표=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서울시립대는 정교수라도 산업체 관련 성과로 교수를 평가하는 제도를 이번에 도입했다. 물론 시도를 한다고 해서 단번에 많은 지지가 생기거나 이해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사회=대학이나 연구소의 지원이 약하다는 면이 있지만 기술인력 자체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예를들어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거나,창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창업의욕이 꺾인 것 아닌가.
▶김선영 사장=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는 잘 나가는 교수가 있다고 치자. 그 교수는 연구비의 90%를 정부지원으로 받을 수 있다. 수 억원을 지원받아 유력 학술지에 쓰는 논문 작업에 집중을 한다. 그런데 창업을 하면 5000만원 지원을 받고 매번 보고를 해야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간섭을 받아야 한다. 연구 능력이 뛰어난 교수가 창업을 선택하겠나.
▶박찬구 대표=교수 연구원출신들이 강점을 가진 산업분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바이오나 반도체 같이 기술이 곧 산업으로 직결될 수 있는 분야는 괜찮다. 그러나 여러 연구자가 기술을 공유하고 협업을 하는 분야는 오히려 기술창업이 단점이 될 수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 따라 세분화된 지원이나 창업 방식도 생각해봐야 한다. 제가 연구해온 위성 분야만 보면 이 분야는 기술 흐름의 변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물론 IT업종이지만 국방, 위성에 한정된 시장이라 변화 속도가 급격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회사가 지금까지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한 측면에는 이런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준 게 있다고 본다.
▶안건준 회장=기술적인 부분, 영업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근본적인 문제는 M&A다. 국내에서 벤처의 성공은 상장이다. 투자금 회수의 97%가 기업공개다. M&A는 2%도 안된다. 미국은 정반대다. M&A 시장이 70%이고 나머지가 상장 등이다. 한국은 투자금 회수 방법이 오로지 상장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실패 케이스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벤처생태계가 잘 운영되려면 교수나 연구원이 자기 기술로 창업을 하고 짧게 해보고 잘 되면 대기업들이 사줘야 하는데 한국 대기업들은 국내 벤처들을 제값주고 사지 않는다.
▶주영섭 청장=여러분들의 지적은 정부의 정책방향도 직결된다. 산업 변화 속도와 투자금 회수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기술 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투자금 회수도 더 빨라진다. 기업공개까지 7~10년을 기다리지 않는다.그 전에 대부분이 M&A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한국 투자자들이나 창업자들도 자세를 바꿔야 한다. 바이오 쪽은 좀 다르지만 IT쪽은 M&A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이스라엘의 모빌아이가 그런 경우다.종업원 300명 정도 규모의 교수 창업 회사인데 인텔에 20조원에 인수가 됐다. 한국에선 어떻게 이런 스타트업 M&A 시장을 활성화 할까하는 고민을 정부도 하고 있다. 기술보호 제도를 더 강화하고, M&A를 하는 인수기업에는 세제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을 늘려줘야 한다고 본다. 중기청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에 한국 벤처들을 노출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이르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에는 빅플레이어에게 투자를 받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자=벤처 창업자들이 피인수를 적극 추진하기 보다는 피하려하지 않나.
▶박찬구 대표=맞지만 최근에는 인식이 조금 바뀌고 있다. 꼭 M&A가 아니더라도 색다른 방식의 연계, 협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전 내 A, B 두 벤처회사가 있는데 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한쪽도 주도권을 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업공개를 하려면 두 회사가 합쳐지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현행 제도 내에서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뒤에 생각해보니 회사 전체를 통째로 M&A가 어려우면 군더더기를 제하고 필요한 사업부문만을 패키지화해서 사업모델을 팔거나 합작사를 세우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진작 준비를 했으면 더 쉽게 다른 회사들과 M&A를 추진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벤처생태계에서 투자금 회수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마련하면 기술벤처들도 이에 맞는 사업형태를 초기단계부터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종포 대표= M&A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부작용도 충분히 봐야 한다. M&A 협상 시 최종단계에서 성사되는 확률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이런 성공률 가지고 과연 M&A를 시도해야 하는가. 괜히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회사 평가나 여러 부분에서 너무 많은 손실이 생긴다. 창업 20년째인데 우리는 사회적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부도적하다는 인식도 창업생태계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선영 사장=우리 사회에서 특히 그런 인식이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을 때 비행기 안에서 본 잡지에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신(이념)'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봤다. 기업가정신이 1위였다. 기업에 대한 인식 차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한다.
▶최혁 대표=창업하고 M&A를 해서 돈을 버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M&A 시도를 했다는 소문이 돌면 그 회사, 경영인에 대해 안 좋은 평가가 뒤따른다. 회사 발전을 위해 M&A가 더 나은 결정일 수 있는데 이른바 '먹튀'처럼 생각하는 거다.
▶서정선 대표=창업이 필요한 이유 중 한 가지가 미래 변화, 사회변화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사업, 회사 구조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관점도 있다. 예를 들어 인구의 고령화로 점차 사회복지비용, 의료비용이 너무 증가해서 2025년이면 선진국 여부 상관없이 경제구조에 부담이 너무 커진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몸집이 큰 회사들이 변화하는 것보다 가벼운 규모의 창업이 더 적절할 거다. 창업은 미래 사회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일종의 교육이다. 과거처럼 글로벌 선두기업을 따라만가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정부도 지원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을 성공시켰던 경험이 있으니까 바이오산업도 그와 같이 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미래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식으로 성공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사회자=벤처생태계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언을 묻고 싶었는데 먼저 말씀을 해주셨다.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안건준 회장=가장 기본적인 대책은 교육이다. 많은 분들이 공감했듯이 우리는 창업가가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지금처럼 창업교육을 하면 안된다. 일본, 독일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교과과정에 포함해서 교육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근본적인 변화를 하려면 어렸을 때 교과과정에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포함시켜야한다.
▶사회자=상당히 근원적인 문제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최혁 대표=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코팅 교육이 의무화된다. 창의력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하는데 사실 우려가 든다. 벌써부터 코팅학원이나 과외니 하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 정해진 답을 찾는 일은 사람보다 더 뛰어나고 더 발전할 거다.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창의력을 기반으로 여러 다양한 형태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자유주제로 마음껏 해보라는 창의적 교육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꿈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이건 지원이건 결과는 바뀌지 않을 거다.
▶이종포 대표=밴처기업들의 역할도 생각해볼 일이다. 벤처는 꼭 성공한 기업인들의 경험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패한 경험도 공유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벤처는 실패를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거고 실패 경험이 축적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얘기지만 벤처 인증에 대해서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 벤처협회에도 이미 전문가들이 많은데 인증을 받을 때 외부기관, 기술보증기금 같은데서 맡아서 기술평가를 하는 부분은 개선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벤처 기술 중에는 기존 잣대로 제대로 평가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사회자=정부가 연구원 출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박찬구 대표=오늘 나온 얘기는 기술보다는 교육이나 사고방식에 대한 얘기로 요약된다. 의외일 수 있다. 그만큼 주변 여건이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연구원 출신 창업도 그 환경부터 따져봐야 한다. 벤처도 그렇지만 출연연구원 등은 환경 자체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연구원 인력의 절반 이상이 정부 과제를 따내서 지원받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연구는 비연구 인력을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이 하는 셈이다. 창업과 연구소를 오갈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안 된다.
▶사회자=끝으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서정선 대표=산업의 기본은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창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일이다.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하고, 이게 정말 자기가 하고 싶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 선진국 학생들을 보면 남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평소에는 별 생각없이 생활하는 것 같다가도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요소를 찾으면 거기에 정신없이 빠져든다.그와달리 동양계 학생들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흥미보다 미래에 무엇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부터 따져본다.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회일수록 후자의 경우가 늘어난다고 본다. 정해진 틀에 맞는 선수만 키우는 셈이다. 지금 벤처생태계에 필요한 사람은 이런 선수가 아니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고 그에 맞는 단계를 밟아가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그게 창업가에게 요구되는 기업가정신이다. 정부의 역할도 불필요한 경쟁은 줄여주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무슨 컨트롤타워니 정책이니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김선영 사장=대학 내 벤처 창업을 비아냥 거리는 분위기가 바뀌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창업이 교수의 역할 중 중요한 임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시장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방향과 기술을 내놓은 것도 교수의 역할이다. 덧붙여서 이제 갓 창업을 한 교수들에게는 ‘두 개의 모자를 쓰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는 연구자, 교수로서의 모자(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로서의 모자다. 투자자과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으려면 교수로서의 권위의식은 불필요하다는 얘기다.
▶주영섭 청장=대학과 연구원 창업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대학에서 창업 친화적인 인사평가제도가 도입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에서도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평가가 논문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점차 창업 친화적인 교원평가제도가 자리잡으면 점차 환경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