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비용 10억달러는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발언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부지 제공은 한국, 장비 비용과 운영은 미국’이라는 기존 합의를 내세우며 ‘재협상 불가’를 강조하지만 상황전개가 간단치 않다. 논란이 커지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통화로 기존 합의가 재확인되는 듯했다. 하지만 맥마스터도 ‘비용 재협상’을 거론하면서 백악관발(發) 혼선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시키겠다”는 언급도 했다. 향후 방위비 분담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포석이라거나, FTA를 미국에 나은 쪽으로 개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취임 100일에 맞춘 국내용이라는 평가도 없지는 않다. 노림수가 무엇이든 그의 메시지에서는 한국과 한·미동맹을 보는 시각의 묘한 변화가 느껴진다. 한·미동맹에 ‘트럼프 리스크’가 불거졌다는 진단도 무리는 아니다.

사드 비용 문제를 일방적으로 제기한 트럼프 발언은 묘하게도 북한을 다루는 아주 최근의 중국 행보와도 겹친다. 북핵 저지 차원에서는 바람직할 테지만, 중국의 대북 경고와 메시지도 상당히 거칠고 직설적이다. 마치 트럼프·시진핑 플로리다 회담에서 양자 간에 단단한 방법론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룰(rule)’보다 ‘딜(deal)’을 중시한다는 트럼프 스타일로 보면 혈맹의 한·미동맹도 운영방식이나 발전방향에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다. 우리에겐 비용부담 증가 이상이 될 수 있다.

주변국 환경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이 혼선을 던지는 와중에 일본은 북핵에 호들갑이고, 중국은 여전히 속내를 다 드러내질 않는다. 그래도 한국은 천하태평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정부가 한·미동맹 재점검으로 가겠다면 대응하고 준비할 게 한둘이 아니다. 대선후보들부터 사태 전개를 한층 진중하게 보길 바란다. 공짜 안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