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쇼핑몰 건립을 둘러싼 서울시의 ‘나 몰라라’ 행정이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타당한 이유 없이 건축심의를 미루는 것은 위법이니 건축허가를 내달라’는 취지다. 내막을 살펴보면 무책임한 행정이 소송을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2013년 4월 DMC 쇼핑몰 부지 2만644㎡를 1972억원에 매각해 놓고도 4년 넘게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롯데는 올해 안에 백화점과 영화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이 들어서는 복합 쇼핑몰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주민들은 “DMC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반겼지만 인근 상인들이 반발하자, 서울시가 이른바 ‘상생 협의’를 건축허가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2월 ‘경제민주화 특별시’를 선언하고 대형 쇼핑몰 등의 사업자는 골목상권과 상생을 협의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사태 해결을 꼬이게 했다.

쇼핑몰 건립을 반대하는 망원시장과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 등은 수익성을 고려할 때 롯데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굽히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12차례 진행된 ‘상생 협의’에서 롯데는 “대형마트와 SSM을 입점시키지 않겠다”고 물러섰으나 상인들은 “쇼핑몰 3개동 중 1개동은 비(非)판매시설로 만들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를 믿고 거액을 들여 땅을 구입했지만 정작 서울시는 방관해 애꿎은 롯데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기업이 인허가와 관리·감독 등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였을까. 이러고도 서울시가 기업 유치를 이야기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