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어제 “공기업을 평가할 때 좋은 일자리 창출 여부를 가장 주요한 지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거듭 확인시켜준 발언이다.

새 정부의 간판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공분야가 ‘일자리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재정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어서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최근 제안한 ‘일자리 영향평가제’를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일자리 영향평가제’는 정책을 결정할 때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따지고, 예상되는 각종 규제도 없애자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내놓았던 ‘국가고용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책 평가에 일자리 창출효과를 감안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전략에 따라 군사보호구역이었던 파주에 대규모 LCD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진두지휘했다. 당시 LG그룹과 LCD 합작을 추진하던 네덜란드 필립스가 중국이나 대만에 지으려던 공장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와 5만여 개 일자리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참고할 만한 선례다. 일자리 영향평가제를 도입하면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일자리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게 산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골목상권 보호’ 명분 탓에 신규 출점이 사실상 막혀 있는 복합 쇼핑몰도 이 잣대로 평가하면 될 것이다. 복합 쇼핑몰 건립으로 인해 없어질 일자리와 새로 생겨날 일자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축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여당과 일부 야당의 반대로 수년간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바이오산업 관련 규제도 일자리 영향평가제를 활용해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