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에 급속 확산되는 유사 마약 '환각풍선'
“마시면 행복해지는 가스가 담긴 ‘해피 벌룬’ 팝니다. 한 개에 4000원.”

지난 16일 건국대 축제에서 한 외부인이 캠퍼스 곳곳을 돌며 해피 벌룬을 팔았다. 해피 벌룬은 의지와 상관없이 웃음이 터져나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환각 풍선’ ‘마약 풍선’(사진)이라고도 불린다. 풍선에 담긴 아산화질소를 들이마시면 10~20초가량 술에 취한 듯한 기분이 든다. 지속성과 강도가 낮은 ‘유사 마약’ 성격이지만 관련 법 미비로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누구나 구입 가능한 ‘합법적 마약’

아산화질소는 휘핑크림 제조 등 식품용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부탄가스와 같은 환각작용을 앞세워 ‘유사마약’처럼 젊은 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해외에서 유행하던 해피 벌룬이지만 이제 서울 강남이나 홍대의 술집, 클럽 등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합법적 마약’이라며 ‘100개 이상 주문하면 할인’ 등의 마케팅을 앞세운 온라인 판매도 활발하다.

대학 축제철을 맞은 5월 캠퍼스도 해피 벌룬이 기승이다. 한국에서 아산화질소는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스성 마취제로 쓰이는 아산화질소는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황규삼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급격하게 다량 흡입하면 호흡곤란은 물론 혼수상태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노출 시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의료진도 마취제로 쓸 때 농도에 유의하며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도 ‘아산화질소는 마취효과와 중추 자극 때문에 약물 오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명기돼 있다. 술 같은 알코올과 병용하면 위험이 더 커진다. 영국에서는 2006~2012년 아산화질소 관련 사망자가 17명에 달했다. 영국 정부는 작년 5월부터 의료용 식품첨가물 등 허가된 용도 외의 아산화질소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우리 소관 아냐”…환경부·식약처 ‘핑퐁’

국내에서는 단속이 전무하다. 처벌할 근거 조항이 없어서다. 건국대 축제 현장에서의 해피 벌룬 판매도 총학생회가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판매 중단을 권고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어느 부처에서 담당해야 하는지 소관 부처조차 모호한 상태다. 식약처는 2011년부터 새로 발견되는 환각용 물질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하고 있다. 경찰 단속 근거를 마련하고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산화질소는 ‘중독성이 없다’며 마약류 지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가스 자체를 마약류로 지정하는 대신 화학물질 관련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환경부가 환각물질을 관리하는 주체”라고 주장했다. 화학물질관리법은 부탄가스처럼 중독성은 없지만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도 환각물질로 규정한다.

반면 환경부는 해피 벌룬으로 유통되는 아산화질소는 식품첨가물이어서 식약처가 식품관리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산화질소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식약처와 협의해 조만간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