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폐기 선언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부활할 조짐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등 11개 TPP 가입국은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까지 미국을 제외한 채 TPP 발효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보호무역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TPP 부활 가능성은 한국에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11개 가입국이 “TPP를 확대하는 게 비전”이라며 개방을 선언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미국이 TPP를 적극 밀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만 해도 한국은 뒤늦게 관심을 나타내며 가입 여부를 타진하던 터였다. 비록 미국 불참으로 관심이 떨어지긴 했지만, TPP는 여러모로 한국 통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한·미 FTA만 해도 그렇다. TPP가 한국 등의 가입으로 힘을 받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한·미 FTA까지 폐기로 몰고 가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다. 재협상으로 가더라도 TPP 가입을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TPP 대신 자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탄력 받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 한국이 TPP에 힘을 실어주면, 한·중 FTA에도 불구하고 무역보복을 감행하는 중국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TPP 참여는 한·일 FTA 체결이나 다름없다. 한·일 FTA 협상이 중단됐을 때와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TPP가 한·일 양국에 ‘윈·윈’할 기회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으로선 무역의 우군이 절실한 때여서 양국 간 외교현안을 자연스럽게 풀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한국의 영향력 신장도 기대해 볼 만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는 TPP 가입국인 데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조직 이관 문제로 통상당국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다. 그렇다고 통상외교가 멈춰서는 곤란하다. 지난 정권에서 TPP 참여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은 통상당국이 또 한 번 실기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