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수가… >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26일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인공지능(AI)과 프로 바둑기사가 짝을 이뤄 승부를 겨루는 복식전이 펼쳐졌다. 구리 9단(왼쪽)과 롄샤오 8단(오른쪽)이 수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수가… >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26일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인공지능(AI)과 프로 바둑기사가 짝을 이뤄 승부를 겨루는 복식전이 펼쳐졌다. 구리 9단(왼쪽)과 롄샤오 8단(오른쪽)이 수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 다섯 명의 집단지성도 알파고를 꺾지 못했다. 알파고는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상담기에서 중국 바둑 ‘드림팀’을 상대로 254수 만에 불계승을 따냈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한 팀을 이룬 ‘페어바둑’에선 롄샤오 8단·알파고 팀이 구리 9단·알파고 팀을 꺾었다.

이날 상담기에는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미위팅, 스웨, 탕웨이싱 등 9단 기사 다섯 명이 중국 대표팀으로 나섰다. 최정상급 기사 다섯 명이 함께 연구해서 수를 정하는 상담기는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이 있는 대국 방식으로 여겨졌다. 흑돌을 잡은 중국 대표팀은 제한시간 2시간30분을 모두 사용하며 신중하게 알파고에 맞섰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백을 잡은 알파고는 중국 팀을 백 58과 60수로 혼란에 빠뜨렸다. 김성용 9단은 “알파고는 백 58로 상변 백 한 점을 버리는 척하면서 60으로 타개의 흐름을 찾았다”며 “남의 손을 빌려 내 돌을 살리는 고도의 전략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한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에 쫓긴 중국 팀은 끝내기에 집중했으나 알파고의 깔끔한 마무리에 빈틈을 발견하지 못했다.

상담기에 앞서 열린 페어바둑에선 롄샤오 팀이 구리 팀에 22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2인 1조 페어바둑은 두 사람이 번갈아 돌을 두며 상대편과 싸우는 대국이다. 중반까지는 구리 팀의 호흡이 잘 맞았지만 중반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알파고와 롄샤오 8단이 좌변 흑진을 파괴하면서 분위기를 가져갔다.

이날 AI와 인간의 팀워크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구리 9단의 흑 81수는 선뜻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수였지만, 알파고가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흑 83수로 보조를 맞췄다. AI 전문가이기도 한 김찬우 6단은 “구리 9단과 알파고의 전략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