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빠르면 내달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회에서의 입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행정해석(지침)을 폐지해서라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1주일은 토·일요일을 제외한 5일’이라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휴일근로 16시간(토·일요일 각 8시간)이 허용돼 왔는데, 지침 폐지를 통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우회로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근로자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을 크게 웃돈다.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배경이다. 관건은 급속한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속도 조절’이다.

준비 기간없이 곧바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다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노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게 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중소기업들의 추가 비용은 연 8조6000억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뒤처진 임금과 근무환경 탓에 취업 기피현상에 시달려 온 중소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근로자 역시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 임금 감소가 불가피하다. 불과 2년 전 노사정위원회가 ‘단계적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했던 건 졸속 시행이 부를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인력난이 심각한 주물 등 뿌리산업 등에 대해서는 특별연장근로와 같은 예외 규정을 두는 등 업종별 특수성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야당들의 주문과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는 건 곤란하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다짐하고 있는 만큼, 야당의 보완요구에 귀를 기울여 시간을 갖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성숙함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