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호황' 끝나면… 샴페인 터트리지 못하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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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작년 최대 실적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삼성전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있지만 총수 부재로
목표와 실행전략, 투자결정 제대로 못해
일본 견제·중국 추격 대응 못하면 위기 맞을수도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삼성전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있지만 총수 부재로
목표와 실행전략, 투자결정 제대로 못해
일본 견제·중국 추격 대응 못하면 위기 맞을수도
“턱도 없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2010년 1월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개막식에 나타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0년 후를 내다본 신수종 사업 준비가 잘 돼가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이어 “1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정도의 구멍가게 같았고 (지금 삼성이) 까딱 잘못하면 (나중에 다시) 그렇게 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바로 직전 연도(2009년)에 매출 136조3200억원, 영업이익 10조93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거둔 직후였지만 “5년, 10년 뒤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는 이 회장 특유의 위기의식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반도체 시장의 먹구름
삼성전자가 239조6000억원의 매출과 5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9일, 삼성전자 내부는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충분히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지만 회사가 앞으로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거나 미국 일본 중국 경쟁업체들의 거센 견제와 추격에 밀리는 상황이 펼쳐지면 과거 소니와 노키아가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감이다.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65%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최소 올해 말까지는 지금 같은 호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2019년 이후다. 메모리 사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인텔 등 경쟁사들이 투자한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이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칭화유니그룹(3D 낸드플래시),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D램), 허페이창신(D램) 등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도 연말부터 공장을 가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에 경쟁적으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두 회사가 반도체에 투자한 금액만 40조원에 달한다.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이나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업계에서 “반도체 시장이 수요 초과에서 공급 우위로 돌아설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라진 M&A
삼성전자 내부의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의 사업에서 1위로 올라선 결정적인 원동력은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면모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하반기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대규모 투자의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게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80억달러(약 9조2440억원) 규모의 하만 인수를 끝으로 1년 이상 M&A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은 필사적으로 M&A에 매달리고 있다. 반도체 통신 1위 업체 퀄컴은 2016년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인 NXP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세계 각국의 독과점 심사가 끝나지 않은 와중에서도 세계 4위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은 지난해 퀄컴 인수를 제안하고 나섰다. 인수가격은 무려 1300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한다. 영역 구분도 사라졌다. 인텔은 지난해 세계 1위 자율주행자동차 부품업체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7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세계 정상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엔저를 발판으로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인 프리미엄 TV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또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은 휴대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스마트폰업계 1위인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출하량이 2017년 3억1900만 대(20.5%)에서 올해는 3억1500만 대(19.2%)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좌동욱/김태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2010년 1월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개막식에 나타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0년 후를 내다본 신수종 사업 준비가 잘 돼가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이어 “1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의 5분의 1 정도의 구멍가게 같았고 (지금 삼성이) 까딱 잘못하면 (나중에 다시) 그렇게 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바로 직전 연도(2009년)에 매출 136조3200억원, 영업이익 10조9300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거둔 직후였지만 “5년, 10년 뒤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는 이 회장 특유의 위기의식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반도체 시장의 먹구름
삼성전자가 239조6000억원의 매출과 5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9일, 삼성전자 내부는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충분히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지만 회사가 앞으로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거나 미국 일본 중국 경쟁업체들의 거센 견제와 추격에 밀리는 상황이 펼쳐지면 과거 소니와 노키아가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감이다.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65%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최소 올해 말까지는 지금 같은 호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2019년 이후다. 메모리 사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인텔 등 경쟁사들이 투자한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이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 칭화유니그룹(3D 낸드플래시),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D램), 허페이창신(D램) 등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도 연말부터 공장을 가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에 경쟁적으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두 회사가 반도체에 투자한 금액만 40조원에 달한다. 가트너 등 시장조사기관이나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업계에서 “반도체 시장이 수요 초과에서 공급 우위로 돌아설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라진 M&A
삼성전자 내부의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의 사업에서 1위로 올라선 결정적인 원동력은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면모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하반기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대규모 투자의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게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80억달러(약 9조2440억원) 규모의 하만 인수를 끝으로 1년 이상 M&A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은 필사적으로 M&A에 매달리고 있다. 반도체 통신 1위 업체 퀄컴은 2016년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인 NXP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세계 각국의 독과점 심사가 끝나지 않은 와중에서도 세계 4위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은 지난해 퀄컴 인수를 제안하고 나섰다. 인수가격은 무려 1300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한다. 영역 구분도 사라졌다. 인텔은 지난해 세계 1위 자율주행자동차 부품업체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7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세계 정상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엔저를 발판으로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인 프리미엄 TV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또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은 휴대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스마트폰업계 1위인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출하량이 2017년 3억1900만 대(20.5%)에서 올해는 3억1500만 대(19.2%)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좌동욱/김태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