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음식점에서 저녁값을 지불하는 기자. / 사진=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11일 음식점에서 저녁값을 지불하는 기자. / 사진=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비트코인으로도 결제 가능합니다. 잠시만요."

11일 오후 6시께 서울 마포구의 카레 전문점 '거북이의 주방' 계산대 앞. "사장님, 비트코인으로도 결제가 되나요?"라고 물은 기자의 답변에 사장 김응수 씨(30·사진)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는 비트코인을 받을 QR코드를 생성하고 팔을 쭉 내밀어 기자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가 언제부터인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뒤 기자는 빗썸거래소에 약간의 돈을 넣어두었다. 호기심용으로 뒤늦게 시작한 데다 넣어놓은 돈도 얼마되지 않아 수익은 커녕 현재 손실 구간에 있다.

한국에서 불과 2년전 만해도 1비트코인이 40만원대였지만 최근 2000만원대까지 폭등하면서 주변에서 너도나도 계좌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유명 백화점 체인인 '마루이(MARUI)'를 시작으로 중고차판매점 '리베라라', '피치항공' 등도 속속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진짜 가능한 건가?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 곳이 있을까?

◆ 코인맵에 뜬 병원·카페·음식점…평양에서도 받는 '암호화폐'
심지어 평양에서도 비트코인을 받는다고 표시돼 있다. 사진=코인맵 캡처
심지어 평양에서도 비트코인을 받는다고 표시돼 있다. 사진=코인맵 캡처
회사 선배가 비트코인을 돈과 같이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을 표시해준 '코인맵' 링크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줬다. ATM, 병원, 카페, 음식점 등등 지도위 표시된 곳에서는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단다.

일단 당장 찾아가볼 수 있는 서울시 지도를 살펴봤다. 신촌 인근에 카페, 음식점, LP 판매점, 병원, 게스트하우스까지 꽤 많은 곳이 검색됐다. 신촌 주변에만 10곳 가까이 됐다. 하지만 실제로 거래가 가능한 곳은 몇 없었다. 기존에 주인이나 직원이 코인맵에 등록했지만 등록한 이가 일을 그만두고 떠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중에서 지금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거북이의 주방' 신촌점을 선배 두명과 방문해 봤다. 이동하는 버스안에선 가상화폐 폭락과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뉴스가 인터넷 화면에 도배되고 있었다.

'거북이의 주방'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유리문 앞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Bitcoin accepted here' 마크였다. 문열고 들어가자 다른 매체 기자가 보였다. 이미 일찌감치 방문해 취재를 마친 모습이었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온 학생들도 보였다. 매장 내 손님들 입에선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 단어가 간간히 들렸다.

이날 셋은 치킨 카레라이스와 버섯 야채 카레라이스, 포크 카레 등 메인메뉴 세개를 시켰다. 토핑을 추가 주문했고, 시원한 맥주를 조금 주문해 먹었다.

◆ 5만9000원 입력→QR코드 스캔→인증, 결제 '끝'
기자가 결제를 시도했다. 오른쪽 검은 화면은 어둡게 가린 것.
기자가 결제를 시도했다. 오른쪽 검은 화면은 어둡게 가린 것.
먹는 동안에 결제를 위해 거래소에 접속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거래소 폐쇄 뉴스에 암호화폐를 사고 팔려는 접속자들 때문에 서버가 마비됐다. 30초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화면이 연거푸 떴다.

다행이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조금 괜찮아지는 듯 했다. 얼른 짐을 챙기고 휴대폰을 손에 쥔 뒤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봤다. 실제로 가능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사실 너무 쉬웠다.

로그인한 암호화폐 거래소 앱을 열고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보내기'를 누르자 화면이 바뀌면서 비트코인 보내기 화면이 나타났다. 빈칸에 저녁값 5만9000원을 입력하자 보낼 비트로인이 0.00300897이라고 자동으로 떴다. 그다음 QR코드 스캔을 누르자 사장님의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었다.

그다음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완료했다는 눈짓을 사장에게 보냈지만 잘가라는 인사만 하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왜 확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보내기만 하면 100% 들어온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