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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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은행권에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터트렸지만 이후 정부부처 간 조율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쓰러져내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급결제 서비스를 놓고 정부와 여론의 눈치 보기에 골몰 중인 은행권에도 힐난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오후 2시2분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개당 187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전 2100만원선을 웃돌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이 전해진 오후 177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줄곧 2000만원선을 밑도는 중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안을 내는 것에 부처 간 이견이 없다"며 초강경 규제를 예고했다.

박 장관의 발언 후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청와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부처 간 이견이 없다는 박 장관의 말을 정정하고 나선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거래소 폐쇄가 협의된 사항이 아님을 재차 인정했다.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든 부처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나, 거래소 폐쇄 문제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 추락했던 가상화폐 가격은 일부 회복했지만 시장의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는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를 표했다. 비트코인 버블 붕괴에 내기를 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도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에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이날 오전 신한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철회한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신한은행 측은 즉시 "철회가 아닌 연기"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고, 완벽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이를 연기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가상화폐 시장참여자들의 화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한은행 계좌 해지, 서비스 불매 등을 독려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한은행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도 다수 게재됐다.

불똥이 날아들까 다른 시중은행들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전산 시스템 교체 작업으로 현재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서비스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일찍이 선을 그었다. NH농협은행은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지만 실시 일정은 아직 나온 게 없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정부의 방침이 명확하게 내려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부처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은행들도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입장이 난처하다"며 "가상화폐 투기 열풍에 은행이 일조했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발표하기 전까지 은행이 먼저 나서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가상계좌를 발급한 6개 시중은행의 담당 임원들을 긴급소집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신한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DB산업은행의 담당자를 긴급 소집해 회의를 진행한다. 은행들의 실명확인계좌 서비스 시스템 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