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기 잡고, 블록체인 육성" 1년째 원론만 외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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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 맴도는 가상화폐 대책
가상화폐 TF 허송세월… 정책혼선 자초
금융·IT업계, 2016년에 대책 요구했는데
시장에 '으름장'만 놓다 통제불능 상태로
이제서야 국무조정실에 컨트롤타워 맡겨
가상화폐 TF 허송세월… 정책혼선 자초
금융·IT업계, 2016년에 대책 요구했는데
시장에 '으름장'만 놓다 통제불능 상태로
이제서야 국무조정실에 컨트롤타워 맡겨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정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민간기업과 투자자들이 대응을 하죠.”
2016년 8월 금융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금융업 분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은 요청을 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규제를 할지, 육성을 할지를 정해 시장에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400달러 선이던 비트코인이 두 배 이상 치솟으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국제적 논쟁이 한창 불거지고 각국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때였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따라 11월 관계부처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부처 간 이견, 투자자들의 반발로 가상화폐 대책은 표류했다.
정부 부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책임 안 진다’는 으름장만 내놓을 게 아니라 시장 투자자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원론적 대응에 머물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1년 넘도록 검토 중
14개월이 지나는 동안 가상화폐에 대한 부처의 목소리는 크게 갈렸다. 한쪽에서는 “가상화폐는 금융이 아니다”(최종구 금융위원장), “도박과 비슷하다”(박상기 법무부 장관)며 사실상 투기 상품으로 인식했다. 다른 한편에선 “과세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며 과세근거를 지닌 상품으로 보거나, “블록체인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며 육성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다루는 정부 부처의 인식 차이가 큰 데다 부처별 TF가 7개가 운영되는 식으로 산발적이다 보니 정책 일관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관되지 않은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휘청였다. 지난 11일 박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자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동반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110조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15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투기억제 대책 중 하나로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협의와 의견조율이 덜 된 상태임을 인정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이미 2016년과 지난해에 걸쳐 가상화폐 규제·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은 화폐적 성질에 초점을 맞춰 가상화폐 등록제를 시행 중이고 미국, 독일은 상품으로 인식해 제도권에 편입시킨 뒤 과세 근거를 마련했다. 중국은 투기 수단으로 보고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정부가 과도한 투자열기에 따른 우려 때문에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해 시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상화폐 정책 속도 내나
산업계와 투자자들은 늦게나마 정부 컨트롤타워가 국무조정실로 정해짐에 따라 정책 결정이 탄력을 받을지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거래소 폐쇄 등의 강수가 당분간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일단 부처 간 의견차를 줄이면서 가상화폐 실명제 등을 통해 시장의 과도한 열기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늦어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국무조정실이 블록체인 기술 육성과 가상화폐 과열 현상을 확실히 분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블록체인 산업 지원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농협, 기업, 신한, 국민, 산업은행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는 은행들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대해선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부터 자금세탁 방지 의무이행과 실명제 시스템 구축 등을 점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신규 가상계좌 발급은 중단한다. 대신 기존 가상계좌에 대해선 입출금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실명 계좌로 거래자들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고경봉/박신영 기자 kgb@hankyung.com
2016년 8월 금융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금융업 분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은 요청을 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규제를 할지, 육성을 할지를 정해 시장에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400달러 선이던 비트코인이 두 배 이상 치솟으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국제적 논쟁이 한창 불거지고 각국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때였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따라 11월 관계부처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부처 간 이견, 투자자들의 반발로 가상화폐 대책은 표류했다.
정부 부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책임 안 진다’는 으름장만 내놓을 게 아니라 시장 투자자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원론적 대응에 머물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1년 넘도록 검토 중
14개월이 지나는 동안 가상화폐에 대한 부처의 목소리는 크게 갈렸다. 한쪽에서는 “가상화폐는 금융이 아니다”(최종구 금융위원장), “도박과 비슷하다”(박상기 법무부 장관)며 사실상 투기 상품으로 인식했다. 다른 한편에선 “과세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며 과세근거를 지닌 상품으로 보거나, “블록체인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며 육성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다루는 정부 부처의 인식 차이가 큰 데다 부처별 TF가 7개가 운영되는 식으로 산발적이다 보니 정책 일관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관되지 않은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휘청였다. 지난 11일 박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자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동반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110조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15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투기억제 대책 중 하나로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협의와 의견조율이 덜 된 상태임을 인정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이미 2016년과 지난해에 걸쳐 가상화폐 규제·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은 화폐적 성질에 초점을 맞춰 가상화폐 등록제를 시행 중이고 미국, 독일은 상품으로 인식해 제도권에 편입시킨 뒤 과세 근거를 마련했다. 중국은 투기 수단으로 보고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정부가 과도한 투자열기에 따른 우려 때문에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해 시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상화폐 정책 속도 내나
산업계와 투자자들은 늦게나마 정부 컨트롤타워가 국무조정실로 정해짐에 따라 정책 결정이 탄력을 받을지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거래소 폐쇄 등의 강수가 당분간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일단 부처 간 의견차를 줄이면서 가상화폐 실명제 등을 통해 시장의 과도한 열기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늦어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국무조정실이 블록체인 기술 육성과 가상화폐 과열 현상을 확실히 분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블록체인 산업 지원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농협, 기업, 신한, 국민, 산업은행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는 은행들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대해선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부터 자금세탁 방지 의무이행과 실명제 시스템 구축 등을 점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신규 가상계좌 발급은 중단한다. 대신 기존 가상계좌에 대해선 입출금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실명 계좌로 거래자들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고경봉/박신영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