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 ‘반값 연봉’ 완성차 공장을 짓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당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시작해도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사업인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주축으로 한 광주 노동계는 거듭 ‘몽니’를 부리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당초 현대자동차와 투자협약서를 체결하려 했던 지난 6월부터 반년 동안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노동계에 끌려다니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장 지을 돈 부족하고 공급과잉 우려까지…勞 전폭 지원해도 성공 장담 힘든 사업인데…
전문가들은 광주시 또는 대리인의 경영능력을 최대 리스크(위험)로 꼽는다. 오랫동안 자동차를 생산했던 업체들도 경기 침체와 신차 개발 지연 등에 따른 판매 부진 등으로 경영난을 겪거나 무너지는 일이 적지 않은데, 신생 완성차 공장이 자리를 잡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아직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조차 작성하지 못했다.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본을 끌어오는 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신설법인의 자기자본금(2800억원 계획) 가운데 각각 590억원(21%)과 530억원(19%)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금액(1680억원)을 책임질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자본금과는 별도로 4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겠다는 게 광주시의 계획이다. 광주시는 최근 산업은행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동시에 대출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 결국 ‘자동차 공기업’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노사 관련 리스크도 크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값 연봉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자동차업계는 신설법인 노조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며 현대차 및 기아차 근로자만큼의 연봉을 달라고 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고비용·저효율’에 허덕이는 기존 완성차 공장이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이 된다.

새 완성차 공장이 탄생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줄이는 중”이라며 “한국 자동차산업이 과잉생산의 덫에 걸릴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