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절벽 와중에…'파업 깃발' 든 車노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대車노조 "노조법 저지 총파업"
한국GM도 분리법인 파업 '가결'
한국GM도 분리법인 파업 '가결'
한국 자동차업계가 춘투(春鬪)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회사가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는 와중에 노동조합마다 임금·단체협약과 온갖 정치적 이유 등을 내세우며 투쟁 깃발을 들고 나섰다. 가뜩이나 ‘생산절벽’에 빠진 자동차업계에 ‘노조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3일 ‘선제적 총파업·총력투쟁으로 노동법 개악 박살낸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냈다.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등을 담은 자유한국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이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국GM은 지난해 5월 경영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다시 파업에 내몰리기 직전이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연구개발(R&D) 분리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소속 조합원 206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끝에 파업권(총원 대비 찬성률 82.6%)을 확보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미 장기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동안 62차례(250시간)나 파업했다. 업계에선 노조 파업이 반복되면 한국 자동차 생태계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연 400만 대 생산체제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사는 쓰러지게 생겼는데…끝까지 '밥그릇' 챙기겠다는 車노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에 노동조합의 파업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오랜 판매 부진에다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에 짓눌려온 완성차업계가 ‘습관성 파업’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채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생산절벽’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습관성 파업에 車업계 ‘흔들’
현대차 노조는 23일 소식지를 통해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등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및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도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 노조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 개정안을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하면 5만 조합원의 명운을 걸고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추 의원 등 국회의원 17명이 발의한 개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2년→3년) △사업장 점거 금지 △쟁의행위 기간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파업 참가 강요행위 금지 등을 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노조를 법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정치 이슈’를 들어 투쟁과 연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돈을 더 달라는 ‘생떼’도 쓰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안에 ‘통상임금 미지급금 요구안’을 올리고 본격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합의한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1인당 평균 1900만원)만큼 돈을 더 달라는 요구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1·2심 모두 노조가 승소한 기아차와 회사가 이긴 현대차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고 일축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32년간 매년 파업을 벌였다.
한국GM도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5월 경영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지 1년 만이다. 한국GM 노조는 22, 23일 이틀간 연구개발(R&D) 분리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소속 조합원 206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했다. GMTCK 소속 조합원 1891명이 투표에 참여해 1707명(총원 대비 찬성률 82.6%)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 노조는 한국GM에서 분리된 GMTCK가 기존 임금 체계 및 복지 혜택, 인사 규정을 담은 단협을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기존 생산직 중심으로 짠 단협을 R&D 및 사무직 위주인 신설 법인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는 판단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생산량은 3만8201대로 지난해(4만1742대) 대비 4.5% 줄었다.
“노조도 회사 생존 고민해야”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째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파업 횟수는 62차례(250시간)에 이른다. 매출 손실액만 2806억원에 달한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해온 노조가 지난달 말부터 작업 전환배치 때 노조 합의 등 ‘딴소리’를 꺼내면서 노사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르노삼성은 올 1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쪼그라든 3만8752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오는 29일부터 닷새가량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기로 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이날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내수판매 회복과 부산공장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판매 부진에 파업까지 겹칠 경우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연 400만 대 생산체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95만4908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돼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조도 이제 회사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현대자동차 노조는 23일 ‘선제적 총파업·총력투쟁으로 노동법 개악 박살낸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냈다.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등을 담은 자유한국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이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국GM은 지난해 5월 경영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다시 파업에 내몰리기 직전이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연구개발(R&D) 분리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소속 조합원 206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끝에 파업권(총원 대비 찬성률 82.6%)을 확보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미 장기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동안 62차례(250시간)나 파업했다. 업계에선 노조 파업이 반복되면 한국 자동차 생태계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연 400만 대 생산체제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사는 쓰러지게 생겼는데…끝까지 '밥그릇' 챙기겠다는 車노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에 노동조합의 파업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오랜 판매 부진에다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에 짓눌려온 완성차업계가 ‘습관성 파업’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채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생산절벽’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습관성 파업에 車업계 ‘흔들’
현대차 노조는 23일 소식지를 통해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이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등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및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도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 노조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 개정안을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하면 5만 조합원의 명운을 걸고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추 의원 등 국회의원 17명이 발의한 개정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2년→3년) △사업장 점거 금지 △쟁의행위 기간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파업 참가 강요행위 금지 등을 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노조를 법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정치 이슈’를 들어 투쟁과 연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돈을 더 달라는 ‘생떼’도 쓰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안에 ‘통상임금 미지급금 요구안’을 올리고 본격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합의한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1인당 평균 1900만원)만큼 돈을 더 달라는 요구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1·2심 모두 노조가 승소한 기아차와 회사가 이긴 현대차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고 일축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32년간 매년 파업을 벌였다.
한국GM도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5월 경영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지 1년 만이다. 한국GM 노조는 22, 23일 이틀간 연구개발(R&D) 분리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소속 조합원 206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했다. GMTCK 소속 조합원 1891명이 투표에 참여해 1707명(총원 대비 찬성률 82.6%)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 노조는 한국GM에서 분리된 GMTCK가 기존 임금 체계 및 복지 혜택, 인사 규정을 담은 단협을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기존 생산직 중심으로 짠 단협을 R&D 및 사무직 위주인 신설 법인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는 판단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생산량은 3만8201대로 지난해(4만1742대) 대비 4.5% 줄었다.
“노조도 회사 생존 고민해야”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째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파업 횟수는 62차례(250시간)에 이른다. 매출 손실액만 2806억원에 달한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해온 노조가 지난달 말부터 작업 전환배치 때 노조 합의 등 ‘딴소리’를 꺼내면서 노사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르노삼성은 올 1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쪼그라든 3만8752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오는 29일부터 닷새가량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기로 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이날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내수판매 회복과 부산공장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판매 부진에 파업까지 겹칠 경우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연 400만 대 생산체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95만4908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돼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조도 이제 회사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