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무지의 산물' 재포장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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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생활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무지의 산물' 재포장금지법](https://img.hankyung.com/photo/202006/07.14315371.1.jpg)
그 서슬 퍼런 명령에 우유값이 폭락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우유값이 떨어지자 농민들이 젖소를 팔거나 도축했고, 우유 공급이 줄어들었다. 가격은 이전보다 더 올랐고, 웬만한 중산층집 아이들까지 우유를 못 먹는 사태가 벌어졌다. 선의로 시작한 무지한 정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황당한 정책이 또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많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지난 22일 환경부가 시행을 6개월 연기한 ‘재포장금지법’이 딱 그런 사례다.
경위는 이렇다. 2018년 중국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폐플라스틱과 폐지 등의 수입을 금지하자 한국에선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쓰레기의 80%를 차지하는 포장지를 줄이기 위해 과대포장, 재포장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환경부는 ‘완벽한’ 선의를 갖고 포장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20여 차례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열심히 대책을 만들었다.
맞는 말이다. 환경부는 분명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려 했을 뿐이다. 다만, 자신들의 정책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완벽히’ 몰랐을 뿐이다. 그러니까 ‘세계 최초로 묶음할인 마케팅을 금지한 환경부’라는 기사를 쓴 본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결합한 조어) 운운하며 거칠게 항의할 용기도 났을 것이다.(말이 난 김에 환경부 관료들에게 한마디만 해주고 싶다. “무식도 죄다”라고.)
지옥행 경제정책 가속화 우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옥행’ 경제 정책들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뜻밖의 ‘코로나 대박’으로 압도적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전 국민 기본소득제 실험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레기’ 소리를 계속 듣더라도 “경제적으로 실패한 정부”(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의 지옥행 경제정책을 파헤치고, 견제하고, 막아내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