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탄소중립 '속도전'이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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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좋지만 비용 부담은 과제
서민경제 부담 줄일 방안 마련을
구은서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
서민경제 부담 줄일 방안 마련을
구은서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
![[취재수첩] 탄소중립 '속도전'이 걱정되는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012/07.14391320.1.jpg)
문제는 탄소의 값을 결국 서민들이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가성비’ 좋은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가정과 사업장의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다. 자동차 유류세, 그중에서도 경유세 인상은 화물 운송을 하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전가된다.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화석연료의 풍요와 편리를 누리면서 제값을 치르지 않아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서민 경제 중에 전자(前者)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2018년 프랑스에서 경유세 인상을 반대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던 것은 그들이 정의롭지 않거나 환경을 중시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미래의 기후 위기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밥벌이도 그에 못지않게 절박했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정부의 새로운 과제는 ‘그린 디바이드’ 극복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쳐 녹색성장을 추진해온 한 경제관료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강의를 하다 보면 ‘대기업은 녹색성장을 한다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느냐’는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된다”며 “그동안 이런 부문을 간과하고 정책을 만든 것 같아 공직자로서 자괴감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탄소중립은 그 자체로 도전적 과제다. 이제 선언과 홍보는 충분하다. 분야별 탄소배출 비중과 실효성을 감안한 냉철한 계획이 필요하다. 의욕만 앞선 탄소중립은 또 다른 경제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