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4대강 보(洑) 해체를 결국 강행키로 해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총 16개 보 가운데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를 해체(세종보·죽산보), 부분해체(공주보), 상시개방(백제보·승촌보)하기로 그제 최종 의결한 것이다.

물관리위가 보 해체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자연성 회복’이다. 2017년부터 금강과 영산강 5개 보를 개방해 모니터링한 결과 2019∼2020년 여름철 녹조가 2013~2017년 평균치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엔 공주보와 승촌보를 제외한 나머지 3곳에선 녹조가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녹조가 개선된 것은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낮았던 데 따른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보 개방이 녹조 감소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작년 여름 폭우로 정치권에서 논쟁이 격화됐던 홍수예방 효과에 대해선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피해 예방가치는 0원”이라고 주장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엔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가 주변 홍수위험 중 93%가 예방효과를 봤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어느 것 하나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대못’을 박아버리면 그 파장을 어떻게 감내하겠다는 것인가.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세종보와 죽산보 건설에만 각각 1287억원과 1540억원의 세금이 들었고, 부분해체를 결정한 공주보에도 2136억원이 투입됐다. 대통령 공약이란 이유로 산업 생태계를 궤멸시켜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 탈(脫)원전 정책과 하등 다를 게 없다.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가 결정되자 생계가 달린 지역주민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공주시가 201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13.5% 불과했을 정도로 지역 여론은 해체에 부정적이다. 심각한 건천(乾川)이었던 영산강은 대다수 주민이 먼저 요청해 보가 건설된 게 현실이다. 정부는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 반대하고 효과도 불투명한 4대강 보 해체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강의 자연성 회복과 주민들이 원하는 물 이용이 균형을 이루도록 결정할 것”(정세균 국무총리)이란 공언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