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근의 미학경영] 기술미학 넘어 예술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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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1~14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345개 한국 기업을 포함해 1900여 개 기업이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 4대 부문에서 우리 삶을 바꾸게 될 신기술과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생산과 소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런 신기술 제품이 보편화되는 가까운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필자에게 떠오른 키워드는 ‘기술미학’과 ‘예술사회’ 두 개다.
CES 2021에 소개된 신기술과 신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와우(wow)!”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신기한 기술, 없어서는 안 될 것 같고 매혹적이기까지 한 이들 신제품이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는 ‘인간의 wow 경험’이다. 자율주행차, 자율선박, 전기차를 넘어 태양광차, AI트랙터, 생활로봇, 스마트 쿠킹 등 수많은 신제품이 놀라운 제품력으로 우리를 경탄케 했다. 이렇듯 놀라움·감동·숭고함처럼 훌륭한 예술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학적 경험을 기술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미학이다. 지금은 가히 기술미학의 시대인 것이다. 이런 미학적 경험이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추구되며,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되는 사회, 즉 예술사회는 CES 2021이 보여준 미래 사회의 서막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예술사회 또는 기술미학의 시대에 볼 수 있는 세 가지 현상을 보자. 첫째, 생산과 소비 현장에서 반복적인 일은 기계가, 행복한 일은 사람이 담당하게 된다. 자동화 혁명 덕에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반복적이고 기능적인 일을 AI와 기계가 대신하면서 인간의 판단·창조·여가 능력은 최우선의 가치가 된다. 인간은 놀고, 즐기고, 느끼고, 배우고, 창작하고 감상하며 명상과 종교 등 건강 추구, 자아실현과 자기표현을 위한 여가적 존재가 된다. 한국 기업은 이렇게 까다로운 여가적 존재를 감동시킬 기업 시스템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는가?
둘째, 예술사회의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안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제품·서비스가 ‘아름답고 매혹적인 관능성을 갖고 있는지’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소비 대상인지’ ‘살아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더해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지’를 판단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더 나아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아트슈머’로 진화한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실버세대는 은퇴 후에나 비로소 자기 탐색에 나설 수 있었다. 개성 넘치는 MZ세대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시하고, 서로의 감성을 ‘팔로우’한다. 절대적인 가치인 ‘미적 감동’이 모든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된다.
셋째, 여가적 존재인 소비자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기본적 의식주 역시 미학적 소비의 대상이 되면서 레저·문화·예술산업이 발전하고 문화서비스 지출 비중도 높아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국의 문화서비스 지출액은 소득 대비 6.3%로, 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1인당 월평균 문화서비스 지출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5.56%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경영 패러다임의 과실을 딛고 미학적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성장하는 행운을 모든 기업이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치밀한 기술미학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길 바란다. 치밀한 정치미학을 바탕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이 늘어나고, 예술미학 가득한 문화 한류를 통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문화예술인이 늘어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이 감동으로 가득한 ‘예술사회’를 소망한다.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겸 작곡가 >
CES 2021에 소개된 신기술과 신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와우(wow)!”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신기한 기술, 없어서는 안 될 것 같고 매혹적이기까지 한 이들 신제품이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는 ‘인간의 wow 경험’이다. 자율주행차, 자율선박, 전기차를 넘어 태양광차, AI트랙터, 생활로봇, 스마트 쿠킹 등 수많은 신제품이 놀라운 제품력으로 우리를 경탄케 했다. 이렇듯 놀라움·감동·숭고함처럼 훌륭한 예술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학적 경험을 기술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미학이다. 지금은 가히 기술미학의 시대인 것이다. 이런 미학적 경험이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추구되며,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되는 사회, 즉 예술사회는 CES 2021이 보여준 미래 사회의 서막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미학적 감동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예술사회란 생산자인 예술가가 소비자인 감상자에게 미학적 감동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를 말한다. 경제·정치·교육·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에 예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회다. 정치·경제·문화의 생산자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것을 뛰어넘어, 소비자의 삶 속에 녹아들어 팬덤을 형성하는 사회다. 신뢰받는 정치가의 활동에도 숭고함과 감동으로 팬층이 형성되고, 전 국민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향유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회다.예술사회 또는 기술미학의 시대에 볼 수 있는 세 가지 현상을 보자. 첫째, 생산과 소비 현장에서 반복적인 일은 기계가, 행복한 일은 사람이 담당하게 된다. 자동화 혁명 덕에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반복적이고 기능적인 일을 AI와 기계가 대신하면서 인간의 판단·창조·여가 능력은 최우선의 가치가 된다. 인간은 놀고, 즐기고, 느끼고, 배우고, 창작하고 감상하며 명상과 종교 등 건강 추구, 자아실현과 자기표현을 위한 여가적 존재가 된다. 한국 기업은 이렇게 까다로운 여가적 존재를 감동시킬 기업 시스템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는가?
둘째, 예술사회의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안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제품·서비스가 ‘아름답고 매혹적인 관능성을 갖고 있는지’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소비 대상인지’ ‘살아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더해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지’를 판단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더 나아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아트슈머’로 진화한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실버세대는 은퇴 후에나 비로소 자기 탐색에 나설 수 있었다. 개성 넘치는 MZ세대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시하고, 서로의 감성을 ‘팔로우’한다. 절대적인 가치인 ‘미적 감동’이 모든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된다.
셋째, 여가적 존재인 소비자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기본적 의식주 역시 미학적 소비의 대상이 되면서 레저·문화·예술산업이 발전하고 문화서비스 지출 비중도 높아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국의 문화서비스 지출액은 소득 대비 6.3%로, 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1인당 월평균 문화서비스 지출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5.56%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이 감동인 예술사회 가꾸길
이런 세 가지 현상과 CES 2021에 출품한 국내 기업의 혁신 제품을 보면, 한국은 이미 기술미학의 시대와 예술사회에 진입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기업의 뛰어난 기술과 신제품을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기술이나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과 제품이 우리에게 어떤 미학적 감동을 주며, 우리의 삶의 의미와 행복에 왜,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과학적 경영 패러다임의 과실을 딛고 미학적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성장하는 행운을 모든 기업이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치밀한 기술미학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길 바란다. 치밀한 정치미학을 바탕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이 늘어나고, 예술미학 가득한 문화 한류를 통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문화예술인이 늘어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이 감동으로 가득한 ‘예술사회’를 소망한다.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겸 작곡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