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입춘날 보리 뿌리 세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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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입춘날 보리 뿌리 세는 까닭](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A.25227160.1.jpg)
절기상으로 ‘봄이 일어서는 때’라지만 아직은 계절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어제와 오늘 전국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찬바람에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옛말처럼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 또한 그냥 나온 게 아닌 듯하다.
이런 한파 속에서도 들판과 땅 밑에서는 생명의 뿌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서리 내리는 상강(霜降) 때 파종한 보리도 부지런히 뿌리를 뻗고 있다. 이 무렵에는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느슨해진 흙과 싹이 제자리를 잡는다. 동토(凍土)에 뿌리내린 보리 낟알이 혹한을 견디며 서서히 줄기를 밀어올리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보리 뿌리만이 아니다. 가계와 기업, 나라 살림도 뿌리가 튼실해야 한다. 국가를 경영하고 경제를 살리는 일은 농사짓는 것과 닮았다. 곡식을 잘 키우려면 흙·햇빛·물 세 가지를 잘 맞춰 줘야 한다. 흙속의 많은 미생물은 토양을 풍요롭게 한다. 햇빛과 물은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필수적이다. 거름도 제때 적당한 양만큼 줘야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