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트페어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
세계적으로 매년 다양한 아트페어가 열린다. 아트페어는 옥션, 갤러리와 더불어 미술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홍콩의 아트페어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홍콩 미술시장은 40년 이상 경매가 주요 동력이었다. 2008년부터 홍콩 아트페어가 열리면서 도시의 문화적 변화를 이끌었다. 2013년부터는 ‘아트바젤 홍콩’이 대규모 페어로 자리 잡으면서 홍콩 미술계 발전과 아시아 미술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뒤이어 홍콩 센트럴의 H퀸즈빌딩에 글로벌 갤러리들이 자리를 잡고, 웨스트주룽문화지구에는 M+미술관과 홍콩 고궁박물관, 필립스 홍콩 본사 등이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 기관의 확장과 도시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키아프와 프리즈서울 개막을 앞두고 있다. 두 아트페어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술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우선 서울의 예술적 활동을 촉진하고,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이 찾게 해 문화적으로 활기찬 도시를 만들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국내 갤러리와 해외의 여러 문화 공간이 참여해 교류와 상업적 활동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술관의 다채로운 전시들도 활발하게 열리면서 예술 시장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보여줄 것이다.

한 예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올 하반기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의 개인전과 중견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 전시에 참가하는 등 해외에서 주목받는 중견작가 강서경도 하반기에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오는 9월 필립스옥션은 ‘Briefly Gorgeous: 잠시 매혹적인’ 특별전을 개최한다. 한화생명이 후원하고 조안 터커와 공동 기획해 서울 삼청동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글로벌 예술의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서울의 영향력을 고려해 올해 더 큰 규모로 풍성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페어가 미술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서울아트위크 기간에 맞춰 열리는 ‘제10회 프라다 모드’와 서울패션위크,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럭셔리 브랜드와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력을 뻗고 있다.

아트페어는 예술적 삶을 풍성하게 하며 예술과 경제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도시의 국제적인 이미지와 명성을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아트페어를 통해 도시는 문화적으로 더 발전하고, 상업과 상호작용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더 견고하게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